▲ 연윤정 기자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여성에게 불리한 정책임에도 여성들을 사회적 대화에서 배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만큼 사회적 합의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국여성노조·한국여성노동자회·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민우회는 3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젠더 관점에서 본 비정규직 종합대책 실상과 대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직무급제 여성차별 정당화시킬 것”

윤애림 방송통신대 강의교수(법학과)는 이날 주제발표에서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오히려 비정규직 고용불안을 증가시킬 대책”이라며 “직무급제가 차별을 정당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전문가그룹은 “사무보조·도서관사서·비서 등의 경우 직무의 내용이 표준화돼 있어 숙련 또는 연공에 따른 업무차이를 가정하기 어려워 연공급을 적용하는 게 불합리하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지적된 사무보조·도서관사서·비서 등의 경우 직무가 여성들이 주로 맡고 있는 일이다.

윤 교수는 “기본적으로 직무급은 직무에 대한 평가를 기초로 하는데 현실적으로 사용자의 자의적 평가 내지 차별적 시각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며 “일차적 희생자는 전통적으로 차별을 받아 온 여성이 주로 담당하는 업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신세계 이마트가 이달부터 시행한 신인사제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마트는 직원들의 직급과 직군을 ‘밴드’로 통합한 뒤 밴드 단계에 따라 임금을 차등해 지급하는 직무·성과급제를 도입했다.

“당사자 빠진 사회적 합의 인정 어려워”

주제발표에 나선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공론화하는 방식에서 결정적인 결함이 있다”며 “사회적 합의에 기반해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당사자, 즉 비정규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주체를 논의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비판했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여성노조뿐 아니라 최근에는 청년층을 비롯한 비정규직을 대표하는 노조가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이들에게 노사정위에서 이뤄지는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소식을 들어 본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당사자가 빠진 비정규직 대책을 논의한 것을 가지고 사회적 합의라고 포장하는 것을 용인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정책대상이 여성이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토론자로 나선 정형옥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7년간 비정규직은 37만4천명 증가했는데, 남성은 8만1천명 줄어든 반면 여성은 45만5천명 늘었다”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여성에 초점을 맞춰 대책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여성학 협동과정 박사과정에 있는 김원정씨는 토론을 통해 “그간의 비정규직 대책은 정규직-무기계약-기간제-간접고용-시간제로 위계를 세분화하고, 비정규직 내부에서 상위 일부의 처우를 개선하면서 하위직을 다시 여성으로 채우는 메커니즘을 작동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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