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유니온과 서울시 청년허브 주최로 1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 과도기 노동 실태와 대안 토론회에서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이 발제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대학생 A(24)씨는 지난해 겨울방학 동안 한 백화점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점심시간도 없이 매일 9시간씩 주 5일을 일했으나 급여를 받지 못했다. '장학금'이라는 이름이 붙은 돈은 인턴기간 만료 뒤에 받았다. 일하는 동안 가족에게 손을 벌려 생활비를 메꿨다. 영업관리를 경험하고 싶었지만 그런 교육은 없었다. 정직원들은 "그런 건 그냥 쟤네 시켜"라며 허드렛일만 맡겼다. A씨는 "취업 관련 수업에서도 인턴은 필수라고 배우고 교수님도 그렇게 말한다"며 "안 하면 취업이 안 되니까 그냥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해 웹디자인 업체와 게임마케팅 회사에서 산학협력 현장실습을 한 대학생 B(23)씨도 사정은 비슷했다. 첫 회사에서는 매일 정직원과 똑같이 야근하느라 막차를 탔다. 근무시간을 계산해 보니 주당 70시간이 나왔다. 그렇게 6주간 일하고 20만원을 받았다. 다음 회사에서는 8주간 일하고 30만원을 받았다.

"일을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고, 100% 노동만 했던 거 같아요. 교수님한테 이런 사정을 얘기했더니 '기업 생리를 배운 것으로 만족하자'고만 하시더라고요."

교육·경력? 단순업무에 내몰리는 인턴

청년유니온과 서울시청년허브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청년 과도기노동 실태와 대안 토론회를 열었다.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은 20~30대 청년 233명의 설문조사와 A씨와 B씨를 포함한 당사자 12명에 대한 면접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청년들은 취업을 위한 교육과 경력을 원하지만 실제로는 단순업무에 내몰리거나 정규직을 대체해 과도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홍정우 고용노동부 직업능력정책과 일학습병행지원팀장과 박문수 한국뉴욕주립대 전임연구교수·장인숙 한국노총 고용정책국장·이정봉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실장·류하경 변호사(민변)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정준영 국장은 모호하게 섞인 노동과 교육을 분리하는 기준을 세우고, 이를 각각 보장하기 위한 법제도 정비와 사회적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국장은 "현장실습의 본래 취지와는 달리 실제 노동을 하면서 저임금 열정노동을 강요하거나 실제 기간제 근로계약에 따른 노동자임에도 '인턴'이라 호명해 노동법상 보호를 못 받게 하는 문제가 다수 나타나는데 정부의 조치는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정 국장은 "노사정위원회에서의 적극적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기업은 자금지원, 노조는 숙련형성 지원에 나서는 등 청년에 대한 투자 원칙을 확립해야 하고, 과도기노동을 보호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이나 '열정페이 방지법·인턴남용 방지법 제정을 통해 노동과 교육의 기준을 명확히 규정하고 교육기관 및 사업장의 책무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착취 차단하는 가이드라인·입법 시급"

박문수 전임연구교수는 "청년인력의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노동뿐 아니라 교육부·산업통상자원부·노동부가 각각의 역할 충돌을 조정해 통합적인 청년인력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장인숙 고용정책국장은 "정부가 산업현장 일·학습 병행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노동자로 인정하되 학습권을 보장하는 학습근로자 개념을 도입하고 있지만 법적 지위가 모호해 노동법 위반 방지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장 국장은 또 "청년일자리 확대와 특별근로감독·노동실태 감시, 인턴의 정규직 우선채용 등 정부·학교·기업이 각각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착취를 사전에 차단하는 유관기관 가이드라인과 관련 입법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류하경 변호사는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교육이고, 정규직 노동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며, 사용자가 이윤을 얻는 노동이 아닌 경우를 인턴으로 규정한다"며 "이를 반영한 가이드라인과 법안으로 인턴 악용을 예방하고, 산학협력과 현장실습 허용·불가업종을 규정하고 산업체에 대한 정기감사와 전국적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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