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을 쌓기 위해 인턴·수습·실습사원으로 전전하고 있는 청년들의 20%가 최저임금은커녕 아예 무급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교육생도, 노동자도 아닌 애매한 경계에 선 청년들이 '헐값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유니온과 서울시청년허브는 18일 '청년 과도기노동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식 취업 전 인턴·실습·수습사원을 경험한 20~30대 청년 233명이 설문에 응했다. 이들의 평균연령은 26세로, 대다수(82.8%)가 대졸자·대학 재학생이었다. 과도기노동에 참여한 동기는 '경험을 해 보기 위해서'(30%)라거나 '채용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해서'(17.6%)였다.

평균 근무기간 5개월이고, 매일 8.8시간씩 전일제 형태로 주 5일을 일했지만 대우는 형편없었다. 22.3%는 "급여 등 금전적 보상 없이 무급으로 일했다"고 답했다. 금전적 보상을 받았다 해도 평균 월급여는 66만7천원에 그쳤다.

제대로 교육을 받지도 못했고 정규직으로 오르는 계단이 되지도 못했다. 사업장에 인턴 교육프로그램이 없거나(65.7%) 담당자가 없는 경우(35.2%)도 허다했다. 평가·이수인증시스템을 갖추지 않았다는 응답도 42.1%였다. 정규직 채용과정으로 연계되지 않았다는 응답은 73%에 달했다. 노동시장 진입을 위한 초기 교육을 받았다기보다는 값싼 노동력으로 소모된 것이다.

근무지는 공공기관(27.9%)보다 민간기관(72.1%)이 훨씬 많았다. 민간기관 중 76.8%가 사기업이었다. 인턴으로 일한 민간기관은 10인 미만 사업장(32.7%)이 가장 많고, 10~49인 사업장(30.4%)이 그 뒤를 이었다. 충분한 교육과 급여를 제공하기 어려운 중소영세업체가 인턴을 많이 활용하고 있었다.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은 "그동안 단발적으로만 알려진 문제를 청년노동 고유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 이번 조사의 취지"라며 "어떻게 이들의 노동을 노동답게 보장하고, 제대로 된 교육을 통해 노동시장에 안착시킬 것인지 구체적인 사회적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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