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보관하고 유출한 사실이 드러난 서울지역 SK브로드밴드 고객서비스센터가 노조 조합원에게 각서를 쓰도록 강요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각서에는 노조활동을 제한하고 체불임금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업무지역을 협의 없이 바꾸고는 "각서를 쓰면 지역 변경을 제고하겠다"는 관리자 발언도 확인됐다.

11일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에 따르면 서울지역 SK브로드밴드 K센터는 파업을 마치고 지난 9일 복귀하기로 한 조합원들의 업무지역을 별도 공지 없이 변경했다. 노조는 "해당 센터 소속 조합원 17명 중 10명의 담당지역을 바꿔 거리가 멀고 일이 힘든 곳으로 배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K센터는 8일 노조에 각서를 전달했다. 각서에는 "인터넷 수리·설치업무 배정 마감시간(저녁 5시) 후 추가 업무에 대한 추가 임금지급 요구나 근로기준법 준수 여부를 다투지 않는다"거나 "사장의 휴일근무 지시를 이행하고, 파업 등의 이유로 거부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내용이다.

K센터는 또 "파업시 전날 오전까지 파업시기와 참여 인원을 통보한다", "고발·진정을 취하하고 일체의 체불임금이 없음을 확인한다"는 내용도 각서에 넣었다. 노조가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임금체불과 연차수당 미지급, 근기법 위반과 불법파견 혐의로 고발·진정을 했는데 이를 모두 취하하라는 것이다.

이날 노조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K센터 센터장은 "여기(각서)에 사인하든지 지역조정을 수용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라며 "복귀해도 (토요근무·시간외근무를) 제대로 안 하면 개통(업무) 다 빼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이에 항의하자 센터는 고객 개인정보 유출을 폭로한 것과 휴일근무를 거부한 것을 문제 삼았다. 센터장은 "일요일에 갑자기 근무 안 하겠다고 하는 건 깡패들이 하는 짓거리 아니냐, 야밤에 사무실 털어 가지고 (개인정보를) 영업에 활용도 안 했는데 덮어씌웠으니 (노조가) 사과를 먼저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경진 노조 K센터 지회장은 "사측이 '너희 없어도 업무 잘 돌아간다'며 각서를 요구하는 바람에 조합원들이 복귀하지도 못하고 있다"며 "불법적 개인정보 유출행위를 고발하고 파업을 한 것에 대한 보복행위"라고 말했다.

한편 K센터 관계자는 "업무 진행상 담당지역은 얼마든지 변경할 수 있는 것이고, 노조가 이를 수용하지 못하겠다고 하니 협의를 해 보자고 사측안을 제시한 것일 뿐 각서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업무지역 조정과 개인정보 유출 건은 별개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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