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지난 대선에서 “구조조정·정리해고로부터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공약하면서 내세운 정책은 고용불안 해소와 정리해고 요건 강화였다.

기업이 정리해고를 하기 전에 정리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업무재조정·무급휴직·근로시간단축과 같은 노력을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경기변동시에 고용이 불안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경기가 좋을 때에는 노동자가 연장근로를 많이 하면서도 수당은 적게 받은 뒤, 경기가 나쁠 때에는 연장근로를 하지 못해도 앞서 받지 못한 임금을 받는 방식이다.

박 대통령은 대규모 정리해고가 진행될 경우 해당 지역을 고용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정부의 특별예산을 지원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대선공약 중 일부는 이미 시행됐고, 일부는 정부가 시행의지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노동자들의 고용을 안정시키겠다는 공약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정책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리해고 절차 강화 공약 이행도 의문

고용노동부가 올해 1월 박 대통령에게 한 업무보고를 보면 경영상 해고시 절차적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주요 내용은 근로기준법에 해고회피 노력을 구체적으로 예시하고, 정리해고자를 우선 재고용할 때 동일업무가 아니더라도 동일 직종에 복직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정리해고시 노사가 협의하는 범위를 확대하고, 사용자가 정리해고를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도 담았다.

노동부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의 경우 노동자가 쌓아 놓은 연장근로시간을 나중에 장기간 휴가로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업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일어난 지역을 고용재난지역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고용정책 기본법 개정안은 2013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구조조정시 사용자의 해고회피 노력을 구체적으로 예시하고 의무화하도록 한 것은 노동계도 반기고 있다.

그런데 여당인 새누리당의 의지가 불분명하다.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는 근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야당도 동의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이 반대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아울러 정부가 지난해부터 ‘정규직 과보호론’을 제기하면서 대선공약과 배치되는 발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급기야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통해 일반해고 기준과 절차를 담은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사용자가 업무성과를 이유로 노동자를 부당하게 전환배치하거나 해고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절차와 기준을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목표와는 달리 경영상 해고에다, 일반해고까지 할 수 있는 근거로 기능할 것이라는 우려가 만만찮다. 재계는 저성과자와의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정리해고 요건 강화를 추진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일반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모순된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셈이다. 고령자 파견을 전면 확대하겠다는 정부 계획도 결국은 정규직의 고용불안정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정규직 해고를 쉽게 하도록 입법 우회로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고용을 안정시키겠다는 대선공약을 파기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이런 분위기에서 정리해고 요건 절차를 강화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대선공약 이행의지 없는데 웬 사회적 대타협”

박근혜 정부는 대선 당시 ‘대화와 상생의 노사관계 정착’을 위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역할 강화와, 비정규직 보호 등 주요 노동현안에 대한 사회적 대타협을 약속했다.

정부는 노사정위 위원에 비정규직 대표를 추가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올해 안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부터는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공약이행을 위한 단초를 마련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4년으로 확대하거나, 정규직 해고요건 완화를 정부가 흘리는 가운데 시작된 노사정 대화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정부가 노동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 위해 거치는 요식행위 아니냐는 지적이다.

2013년 12월 철도노조 파업 때 민주노총 건물에 경찰력을 투입하거나, 공공부문 노동계의 강한 반발에도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추진한 사례는 박근혜 정부가 애초부터 노동계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시각이 많다.

노동문제 전문가들은 “대선공약 이행의지조차 보이지 않는 박근혜 정부가 주도하는 사회적 대화의 결말은 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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