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기간제 노동자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면 현행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사용기간 제한이 무력화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상시·지속적 업무에는 비정규직을 쓰지 못하도록 사용사유 제한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인권교육센터별관에서 개최한 ‘정부 비정규직 종합대책과 노동인권에 관한 토론회’에서 윤애림 한국방송통신대 강의교수(법학과)는 ‘정부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문제점과 대안’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486개 업무서 기간제한 없이 파견직 사용”

윤 교수는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대해 “기간제법과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의 남은 규제를 무력화하는 것이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기간제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할 경우 사용기간이 무력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윤 교수는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희박한 속에서 계속고용을 희망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단서로 단 ‘근로자 신청시’는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가 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35세 이상으로 제한하더라도, 향후 확대하는 추가 법 개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파견법 대책 역시 파견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업무와 기간에 관한 제한을 모두 풀려는 속내가 담겨 있다는 지적이다. 윤 교수는 “55세 이상에 대해 제조업 직접생산공정과 파견 절대금지업무를 제외하고 전면 허용하겠다고 한다”며 “이렇게 되면 관리직 77개 업무·전문직 409개 업무 등 총 486개 업무에서 기간제한 없이 파견직 사용이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윤 교수는 "비정규직 대책 방향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간제 고용은 정규직의 출산·질병·휴직 등 대체·일시적 업무 발생시 그에 상응하는 기간 동안 사용한다는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며 “파견법을 폐지하고 근로자공급사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직접안정법상 원칙(직접고용 원칙)을 재확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저성과자 해고제도는 손쉬운 정리해고”

윤 교수에 이어 ‘근로기준 유연화 대책에 대한 평가’를 발제한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저성과자 해고제도는 손쉬운 정리해고제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권 원장은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저성과자에 대한 개별해고를 쉽게 하겠다고 한다”며 “하지만 대법원의 쌍용차 정리해고 합법판결처럼 정리해고를 통제하는 기능이 없는 상황에서 저성과자 해고제도는 KT의 인력퇴출 프로그램과 동일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직무·성과급 중심 임금체계 유연화가 임금을 깎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권 원장은 “정부는 장기근속자 연공임금 효과를 차단하는 데에만 골몰해 있다”며 “제대로 된 임금체계가 절실한 대다수 저임금·비정규 노동자를 위한 대책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권 원장은 취업규칙 가이드라인을 통해 저성과자 해고제도나 임금체계 개편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요건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중소·영세사업장과 비정규 노동자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대해 집단적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박지순 고려대 교수(법학과)·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유정엽 한국노총 정책본부 실장·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한편 인권위는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논의 경과를 지켜보면서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대한 인권위의 공식입장을 표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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