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들의 ‘손배 폭탄’에 맞서기 위해 법원을 찾은 노동자들이 법원의 높은 문턱 때문에 또 한 번 좌절하고 있다. 대법원이 지난 10월부터 소송수수료에 해당하는 인지대를 대폭 인상했기 때문이다. 법원의 수익은 늘었지만 국민들의 사법 접근권은 낮아지고 있다.

이달 3일 부산고법에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2건(회사측 청구액 각 90억원·10억원)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진행된다. 항소를 위해 금속노조 현대차사내하청지회는 지금까지 1억원이 넘는 인지대를 납부했다.

만약 지회가 항소심 선고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할 경우 6천400만원의 인지대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지회가 인지대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상고를 포기할 경우 회사측은 항소심에서 확정된 손해배상액을 집행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회가 지난 2010년 12월 진행한 현대차 울산공장 점거파업과 관련해 회사측은 총 7건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 건의 경우 1심 선고액만 184억2천300만원에 달한다. 이밖에 2012년과 2013년에 진행된 파업에 대해서도 총 8건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제기돼 있다.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현대차의 사내하청 사용은 불법파견에 해당하므로 해당 노동자들은 현대차의 정규직 지위를 갖는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에 따라 정규직화 투쟁에 나섰다가 손배 폭탄을 맞았다.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의 범위를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는 법원의 느슨한 잣대가 노동자의 고통을 가중하고 있다. 지난달 6일 음독자살을 시도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역시 회사측의 손해배상 청구 대한 고통을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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