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규모가 지난 10년 새 9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민주노총 산하 노조에 청구된 손해배상 규모가 10년 전인 2004년 51개 사업장 575억원에서 올해는 17개 사업장 1천691억6천만원으로 대폭 늘었다. 2004년에는 사업장당 평균 손배청구액이 평균 11억3천만원 수준이었다면, 올해는 그 규모가 사업장당 99억5천만원으로 9배 가까이 증가했다.

노동자들은 파업 한 번 했다가 100억원에 육박하는 '손배 폭탄'을 떠안아야 하는 실정이다. 실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청구된 손해배상액은 무려 210억원에 달한다. 한 달에 300만원씩 갚는다고 가정할 때 583년이 걸려야 갚을 수 있는 금액이다. 쌍용자동차와 KEC 정리해고 노동자에게도 각각 157억원과 156억원의 손해배상이 청구된 상태다. 비정규직과 해고노동자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감당하기 힘든 천문학적인 액수다.

어디까지 손해배상의 책임을 물을 것이냐는 전적으로 사용자의 마음에 달렸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의 범위를 따로 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법원은 민법 제35조(법인의 불법행위능력)를 유추 적용해 불법파업에 대한 노조의 민사적 책임을 판단하고 있다. 예컨대 파업의 정당성을 가리는 기준인 파업 주체·목적·방법(수단)·절차 중 하나라도 갖추지 못하면 불법파업에 해당하고, 그에 따른 민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의 일상활동에 제동을 걸기 위한 목적으로 손배·가압류 제도가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003년 두산중공업 배달호씨와 김주익 한진중공업지회장의 죽음을 통해 ‘강자의 무기’로 전락한 손배·가압류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달라진 것은 없다.

이날 오전 손배·가압류로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 대표들이 국회에 모였다. 김성욱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회사는 동료를 배신하고 노조를 탈퇴하면 소송에서 빼주는 방식으로 손배·가압류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며 “사용자들은 노동3권을 무력화하고 노동자들을 죽음으로까지 내모는 끔찍한 손배청구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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