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국내 주요 호텔 사업장의 직원식당·청소업무·보안업무·룸메이드업무에 대한 외주화가 사실상 완료된 가운데 정규직 지위를 유지하며 일해 온 나머지 노동자들의 노동강도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연맹(위원장 강규혁)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제41회 세계관광의 날(27일)을 맞아 25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호텔업 종사자 3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과 삶의 균형’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호텔업계에 따르면 외환위기를 거치며 진행된 외주화와 인력감축의 결과 상시필수고용인원 대비 30% 가량의 인원이 호텔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르네상스서울호텔 등 일부 호텔은 도급업체 외형을 갖춘 자회사를 만들어 기존의 정규직 인력을 내보내고, 그 뒤로도 지속적으로 지휘·감독권을 행사하다 법원으로부터 불법파견 판결을 받았다.

외주화의 바람을 피해 호텔 정규직으로 남은 노동자들은 인력부족에 따른 업무강도 강화에 시달리고 있었다. 연맹이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의뢰해 호텔업 종사자 323명의 근무실태를 조사한 결과 시간외근로가 관행화돼 있고 법정 휴게시간이나 식사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34.7%가 하루 평균 1시간 이상 초과근로를 하고, 14%는 하루 평균 2시간 이상 초과근로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루 1시간의 식사시간을 모두 사용한다는 응답자는 19.4%에 불과한 반면 30분(41.1%)·30분 미만(20.7%)을 사용한다는 응답자가 다수를 차지했다. 식사시간을 제외한 휴게시간을 묻는 질문에는 30분(43.7%)·30분 미만(33.5%)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특히 근속연수가 긴 응답자일수록 노동시간·근무형태(교대제)·직장분위기 등의 항목에서 만족도가 낮아지는 특징을 보였다. 과거에 비해 높아진 노동강도를 체감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편 응답자 중 절반이 여성이었는데, 이들은 고강도 업무스트레스가 가정생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연령과 근속연수에 따라 ‘직장생활로 인해 시간부족을 느끼는 활동’을 질문한 결과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이 부족하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을 꼽으라는 문항에는 “휴직·휴가시 대체인력 부족”과 “절대적인 인력부족”이라는 응답이 1·2위를 차지했다.

강규혁 위원장은 “정부는 관광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관광산업의 숨은 일꾼인 호텔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일에는 무관심하다”며 “적정인력 유지를 위한 대책이 제시되지 않으면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미래는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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