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 도급업체 AS 기사가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위장도급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를 비롯한 가전서비스업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 1부(주심 조희대)는 박아무개씨 등 19명이 동부대우전자(옛 대우일렉서비스)를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박씨 등이 회사와 형식적으로는 도급계약에 해당하는 서비스 대행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실질적으로는 회사로부터 업무의 내용과 수행과정 등에 관해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를 제공했으므로 근로자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박씨가 근무한 대우일렉서비스는 대우일렉트로닉스가 만든 가전제품을 배송·설치·수리하는 회사다. 직영 서비스센터 60여곳을 두고 내근 직원과 외근 수리기사 등 정규직 500여명을 고용했다. 회사는 이와 별도로 400명의 수리기사와 도급계약을 맺고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맡겼다.

소송을 낸 박씨 등은 도급계약을 맺은 수리기사로 사무실이나 종업원이 없는데도 사업자등록을 내고 '전속지정점'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이들은 고정급 없이 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받고 취업규칙이나 4대 보험을 적용받지 못했다. 또 개인 소유 차량과 PDA로 업무를 처리했다.

하지만 박씨는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서비스센터로 출근했고, 수시로 교육을 받았다. PDA로 업무를 분배받아 처리한 뒤 회사에 결과를 보고했다. 관할구역도 임의로 바꿀 수 없었다.

1년 단위로 계약을 체결한 박씨 등은 회사가 2008~2010년 계약만료로 해고하고 퇴직금을 주지 않자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박씨 등이 회사와 서비스 대행계약을 체결했지만 계약의 형식과 관계 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이므로 법정퇴직금과 법정수당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이어 대법원도 전자제품 수리대행 기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것이다. 대우일렉서비스 노동자들은 특수고용직이다. 위장도급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 사례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만 법원이 원청인 대우일렉서비스를 사용자로 봤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지난해 7월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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