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완성차업계 노사의 통상임금 교섭이 원·하청 간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동차산업 특성상 원청의 지불능력이 업계 전체의 임금 판도를 결정하는 요인인 만큼 대기업과 정규직 노동자들이 임금격차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5층 컨벤션룸에서 열린 ‘통상임금과 임금교섭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가 주최했다.

◇"현대차지부 선도투쟁 전략 안 먹힐 것"=조성재 선임연구위원은 ‘통상임금 판결 이후 임단협 현황 및 사례’ 발제를 통해 국내 자동차산업이 드러내고 있는 고용창출 현황에 주목했다.

그에 따르면 부품 모듈화 등으로 인해 최근 15년 새 완성차업체의 고용이 제자리에 머문 반면 부품업체의 고용은 급속히 늘고 있다. 부품 조달체계 중층화에 기인한 것으로, 이는 단가인하와 수익저하로 이어졌다. 결국 사업장 규모에 따른 인금격차로 귀결됐다.

고용노동부의 ‘2012년 임금구조기본조사’ 결과를 보면 500인 이상 기업의 월평균 임금은 570만원을 넘는 반면 500인 미만 기업의 임금수준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하도급 차수가 내려갈수록 부품업체들의 지불능력이 제약돼 완성차업체와 부품대기업과의 임금격차도 매우 크다”며 “올해 임금인상률과 통상임금을 정하지 못한 자동차 부품업체가 대다수인데 이들이 현대차 노사의 임금교섭 타결 결과를 주시하는 까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의 임금교섭이 노동자 간 임금격차를 축소하고 원·하청 동반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 연대임금이다. 임금인상의 일정 부분을 하청업체와의 임금평준화나 고용안정을 위한 기금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 노사의 통상임금 교섭에서 이 같은 철학적 기조가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능하다면 현대차지부는 올해 통상임금 문제를 모두 해소하려고 하기보다는 2~3년에 걸쳐 임금구성을 단순화하고, 장시간 노동을 해소하는 쪽으로 노력을 기울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지부 집행부는 하청기업들의 지불능력 제약으로 더 이상 선도투쟁 전략이 가능하지 않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상임금 확대, 임금총액 인상에 기여"=이진만 연세대 교수(경영학과)는 ‘통상임금 판결 이후 임단협 현황 사례’ 발제를 통해 지난해 12월 통상임금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진행된 임금교섭 현황을 분석한 사례를 공개했다.

38개 사업장을 조사했는데, 이 중 노사가 통상임금 확대에 합의한 사업장은 11곳이었다. 24곳은 미확대, 나머지 3곳은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었다. 이 교수는 "임금교섭을 분석한 결과 통상임금 확대가 임금총액 인상에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통상임금 확대 기업의 임금인상률은 평균 8.9%였는데, 미확대 기업(3.83%)의 두 배를 웃돌았다. 그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여러 노력과 성과가 있었지만 아직은 미흡한 상황”이라며 “노사가 기업의 지속적 성과 경쟁력이 유지되는 범위 안에서 통상임금에 신규 항목을 조정할 필요가 있고, 이를 통한 인건비 인상 폭이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결정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임금체계 개편과 노사관계 과제’를 발제한 이영면 동국대 교수(경영학과)는 "통상임금에 대한 성급한 접근은 아웃소싱과 해외공장 물량 이전 등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만약 노조가 통상임금 단기성과를 지향할 경우 비용절감을 위한 사용자의 회피전략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임금수준과 임금체계 논의 분리·전제조건에 대한 합의·비단체교섭 차원의 접근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이호성 한국경총 상무·우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김혜진 세종대 교수(경영학부)·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임무송 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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