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노동자들이 한목소리로 통상임금 확대를 요구했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라는 주문이다.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제철 등 현대차그룹 소속 17개 업체 노조는 28일 오후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조합원 1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상경집회를 갖고 “현대차그룹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외쳤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들 "사용자들 눈치 보기 심각"=이날 집회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사의 올해 임금·단체협상이 통상임금 문제에 가로막혀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열렸다. 현대차 노사의 협상 결과가 그룹사 노사 협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공동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들 노조는 이날 오전 6시간, 오후 6시간 부분파업을 벌이고 상경투쟁에 나섰다. 김종석 금속노조 기아차지부장은 “교섭은 대화를 통한 의견절충의 과정인데 회사는 올해 교섭을 포기하고 ‘법 대로’를 외치고 있다”며 “심지어 ‘현대차가 타결하기 전에 계열사 어느 곳도 타결해서는 안 된다’는 지침을 내리면서 자율교섭을 봉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현대차를 비롯한 계열사 노사의 임단협은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통상임금 문제를 교섭이 아닌 법 대로 풀겠다는 회사측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현대차는 지난 26일 열린 교섭에서도 “2012년 임금교섭 별도합의에 따라 법원에서 통상임금 판결이 나오면 그에 따르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고용노동부의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이 회사측에 유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경훈 현대차지부장은 “회사는 교섭석상에서 통상임금의 ‘통’자만 나와도 귀를 닫아 버리고, 계열사 사용자들은 현대차그룹의 눈치를 살피느라 교섭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며 “회사가 노동의 대가인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라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끝까지 거부한다면 노사관계 파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대차 "통상임금은 별도 논의하자"=계열사 노조들의 이날 상경집회가 29일 재개되는 현대차 노사의 차기 교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현대차 노사는 29일과 다음달 1·2일 집중교섭에 나선다. 이때까지도 회사가 통상임금에 대한 변화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 현대차지부는 같은달 2일 오후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전면파업 돌입 여부를 논의한다.

평행선을 긋고 있는 현대차 노사가 ‘분리 교섭’ 방식으로 출구를 모색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회사측 관계자는 "통상임금 문제는 법원의 판결을 기다려 보자는 것이 회사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통상임금 문제를 제외한 나머지 안건을 우선 교섭하고, 통상임금 문제는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별도의 태스크포스에서 포괄적으로 다루자고 지부에 제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지부 내부에서도 유사한 기류가 감지된다. 통상임금 문제에 몰입하기보다는 임금 총액을 올리는 다양한 방법을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금협상이 장기화할수록 임금인상에 대한 조합원들의 기대치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접점을 찾기 힘든 평행선 교섭을 고수하는 것이 지부에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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