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기아차 노동자들의 제보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아차 화성공장 조립3부 하체2반에서 차량에 장착되는 10킬로그램 무게의 머플러 완성품이 작업자 바로 옆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간발의 차이로 부상자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자칫 중대재해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해당 공정을 책임지고 있는 부서장은 “부상자가 없으니 안전사고가 아니다”며 생산라인 재가동을 지시했다. 이에 반발한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소속 대의원이 사고 현장을 점거하고 항의시위에 나서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항의시위는 오전근무조가 퇴근하고 오후근무조가 투입될 때까지 이어졌다. 그 사이 생산라인 가동은 전면 중단됐다.
노사 간 대치가 이어지자 해당 부서장은 일방적으로 라인을 가동시켰다. 이때 시위 중이던 대의원이 갑자기 움직인 기계에 의해 40센티미터 가량 밀려났고, 이를 본 현장 설비과장이 부랴부랴 라인을 정지시키는 등 사태가 악화됐다. 상황을 지켜본 노동자들은 "부서장의 행동은 살인미수"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뒤 회사측은 생산라인에서 시위를 벌인 지부 대의원을 상대로 고소장을 가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방해 책임을 묻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제가 된 정아무개 부서장은 <매일노동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중량물 이탈로 라인이 중단되는 소동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그에 따른 회사측의 후속조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중량물 낙하사고 발생 사흘 뒤인 지난달 29일 동일한 장소에서 또다시 머플러 완성품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영세업체에서나 발생할 법한 사고가 국내 굴지의 대기업 생산현장에서 되풀이된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산업현장의 안전불감증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사고 당시 현장을 목격한 한 노동자는 “안전조치를 마련하라며 대의원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데, 그걸 보면서도 공장을 가동하다니 더 큰 사고가 났으면 어쩔 뻔했느냐”고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