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한 달에만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방화대교 상판붕괴사고·삼성정밀화학 물탱크 폭발사고 등 중대재해가 잇따르면서 노동자들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

잇단 중재재해의 원인으로 안전불감증이 지목되고 있다. 억수비가 쏟아지는데도 공사를 강행하고 공기단축을 위해 책임자 없이 공사를 강행하고 자율안전관리업체로 선정돼 검사를 면제받았다가 중대재해를 면치 못했다.

또한 사망자 대다수는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하청노동자다. 우리사회의 가장 취약한 노동자들이 죽음의 대열에 맨 앞에 서있다.

그렇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기업주인가. 답은 아니올시다. 원청 책임이 아니란다. 발주자 책임도 아니란다. 수십명이 산재로 사망해도 그저 벌금이나 과태료를 물리는 사회다.

안전불감증은 어디에서 오는가. 미약한 처벌에서 오는 것은 아닌가. 원청과 발주자에 대해 강력히 책임을 묻는데도 지금과 같은 중대재해가 잇따를까. 이른바 살인기업에 대한 기업살인법을 제정해서 안전불감증에 종지부를 찍자는 주장이 현실로 다가올 것인가.

경제민주화의 첫걸음은 산업재해 방지부터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

삼성 계열사에서 올해 들어 29명의 노동자가 죽거나 다쳤다. 글로벌 일류기업 삼성의 안전대책은 삼류였다. 불산이 누출돼도 노동자들을 장시간 방치했고, 대형 송풍기로 불산을 외부로 배출시키고도 사고은폐에 급급했던 삼성의 행태는 삼성정밀화학 물탱크 폭발사고에서도 그대로 반복됐다. 누수 발생 사실을 알고도 작업자 대피 없이 작업을 강행하다가 인근 노동자는 그야말로 물벼락을 맞아 사망했다.

지난 10년간 건설현장에서 7천여명의 노동자가 산재사고로 사망했지만 구속된 기업주는 단 한 명도 없다. 산재왕국의 오명은 기업의 책임과 함께 정부와 제도의 책임도 크다. 수천건의 산업안전보건법을 일상적으로 위반해 왔던 삼성은 녹색기업과 자율안전관리업체, 공정안전관리(PSM) 대상 사업장이 돼 노동부의 점검과 감독을 면제받아 왔다. 수년 동안 삼성 계열사가 노동부 점검으로 부과받은 과태료는 건당 10만원 미만이었고, 지속적으로 발생한 사망사고에도 사법처리는 없었다.

사망사고의 피해자가 대부분 하청 노동자라는 점도 깊이 새겨야 한다. 재벌 대기업 중심의 수직하청계열이 구조화되고 갑을관계의 가장 말단에 위치한 비정규 노동자들이 목숨을 담보로 일해야 하는 사회는 지속성장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다. 경제민주화의 첫걸음은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발주처의 안전보건 책임 강화해야 

조기홍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
국장

장마와 폭염에 시달리던 7월 한 달 동안 방화대교 상판붕괴사고, 삼성정밀화학 물탱크 폭발사고,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 등 대형 산업재해로 많은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참으로 억울하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충분히 예방 가능한 일이었음에도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인재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행정안전부의 명칭을 안전행정부로 바꿔가며 국민의 안전을 강조했지만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다. 여전히 대한민국은 산재공화국이다.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은 대통령의 말이나 부처의 명칭을 바꾼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노동자를 사망하게 한 ‘살인기업’에 대해 현재처럼 솜방망이 처벌이 남발된다면 죽음의 행렬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산재사망 기업에 대한 사업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이번 대형 산재사망 사고의 공통점은 발주처가 노동자의 안전보건에 대한 책임을 무시했다는 점이다. 발주처인 서울시와 삼성정밀화학이 노동자의 안전에 책임을 갖고 예방활동을 했다면 결코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발주처가 노동자 살인을 방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공사 발주처가 정부와 지자체인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노동자 살인을 방조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산업안전보건법에 발주처의 산업재해 예방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도록 법 개정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이번 산재사망 사고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책임자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책임자를 처벌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 국회 또한 발주처의 산업재해 예방을 강화하기 위한 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특단의 대책 수립하자 

최동주
건설노조
교육선전실장

최근 줄 이은 대형 참사로, 7월에만 13명의 건설노동자들이 사망했다. 언론은 노량진 수몰참사와 방화대교 참사를 연일 다루면서, 책임감리제에 대한 문제만 부각시킨다. 또 정치권은 정략적 정치적 노림수의 시각으로만 보고 있다. 책임감리제에 문제점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참사를 몰고 온 총체적인 원인은 아니다.

현재 건설현장은 건설노동자들의 목숨보다 공기단축을 더 우선시하고 있다. 방화대교 참사 당시 현장관리감독의 책임을 맡은 감리회사와 시공사 관계자가 자리를 비운상태에서, 건설노동자들만 작업하다가 발생한 참사다. 얼마나 빠르게 공정을 완료하려고 했으면, 안전관리자도 없이 7미터 상공에서 건설노동자들에게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강요했을까.

또한 끝없이 건설현장 산재는 반복되고 있지만 책임지고 구속되는 기업주가 없다. 만약 삼성그룹 현장에서 노동자의 산재사망으로 총수가 구속됐다고 가정해 보자. 추후 삼성그룹의 산재발생률은 확연히 줄어들 것이라 확신한다. 아니 모든 이가 공감할 것이라 감히 단정한다. 하지만 총수는커녕 책임자조차 구속되지 않는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제23조·24조를 위반해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용자에게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이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2008년 40명이 사망한 이천 냉동창고 참사의 사업주는 2천만원 벌금형으로 종결되고, 지난 3월경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여수산단 참사는 책임자 구속도 없이 재판만 진행 중이다.

산재사고로 억울하게 사망한 건설노동자들의 희생은 비단 유가족들의 피눈물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건설현장의 안전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박근혜 정부는 건설현장 안전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즉각 수립해 산업재해를 막고 사망한 건설노동자들의 넋을 위로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 공염불이 아님을 증명하는 길이다.

건설업 자율안전관리제도 폐지하자 

한정애 민주당 의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최근 건설현장에서 산재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산재사고 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에 근거해 일정기간 동안 재해율이 낮은 경우 건설업체의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심사와 현장점검을 면제해주는 자율안전관리제도가 시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현장에서의 산업재해 예방조치가 부실해지고, 고용노동부의 직접적인 관리·감독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달 30일 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방화대교 상판붕괴사고의 경우 시공사 금광기업이 해당 공사가 시작된 2005년부터 자율안전관리제도를 적용받아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자체 심사해 왔다. 지난달 26일 15명의 사상자를 낸 삼성정밀화학 물탱크 폭발 사고현장의 경우도 시공사인 삼성엔지니어링이 2011년 자율안전관리업체로 선정돼 유해위험 작업에 대한 검사를 면제받는 사실상의 특혜를 받았다. 지난달 15일 7명의 목숨을 앗아간 노량진 수몰사고 현장 역시 시공사인 천호건설이 노동부 행정지침으로 운영돼 온 자율안전컨설팅제도를 적용받아 노동부의 관리·감독이 면제된 사업장이다.

이같이 수많은 인명피해와 중대재해가 연이어 발생한 것을 볼 때 자율안전관리제도는 조속히 폐지해야 한다. 복잡한 원·하청구조가 만연해 있고, 보다 철저한 안전관리가 요구되는 건설현장에서 기업에게 자율로 현장의 안전보건을 맡기거나 외부 민간업체에 안전점검을 맡기는 것은 결과적으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기 때문이다.

이에 국회에서부터 MB정부 이후 확대돼 온 자율안전관리제도의 법적 근거들을 조속히 개정해 자율안전관리제도를 폐지시켜 나가겠다. 또한 법에 근거하지 않은 노동부의 행정편의적인 ‘산업현장 관리감독의 민영화 전환 정책’도 시정해 건설현장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나갈 것이다.

규제능력 상실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해야 

박혜영
공인노무사
(노동건강연대
산재사망감시팀장)

대림산업(폭발) 1천2건·삼성전자(불산누출) 2천4건·현대제철(용광로 질식사) 1천123건. 중대재해 발생 후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 밝혀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건수다. 그나마 사업주에게 안전을 강제하는 유일한 법의 위반건수만 봐도 얼마나 노동자의 안전이 얼마나 홀대받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이미 사업장을 규율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 법을 처음부터 다시 손봐야 한다. 또 노동부의 야심작인 자율안전관리제도도 대기업을 관리감독에서 제외하고 있다. 안전에 비용을 투자하지 않아도 되는 면죄부를 노동부가 부여하는 셈이다. 실제 대다수 중대재해를 일으킨 대기업은 모두 관리감독을 면제받고 있었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산업안전근로감독관의 공백을 안일한 정책으로 대체해선 안 된다. 수를 획기적으로 늘려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만연한 하청-도급 구조로 위험한 업무가 안전에 투자할 능력조차 없는 작은 회사로 옮겨지면서 대기업의 책임 떠넘기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최근 발생하는 사고의 사망노동자는 99%가 하청노동자다. 정부가 이 부문을 고려해 정책을 만들지 않는다면 힘없고 기댈 곳 없는 대다수 하청노동자들은 계속 죽음에 내몰릴 것이다. 안전은 비용이다. 사업을 만들고 시행하는 최고경영자가 이를 중시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선 이를 유인할 방법이 없다. 산재사망을 사회가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산재 후진국인 한국이 산업안전보건법을 갈아엎고 관리감독을 늘려 강력한 법집행에 나서지 않으면 우리는 늘 주변인의 죽음을 목도하며 살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