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도날드가 슈퍼마리오 장난감 증정행사를 시작한 지난 15일 자정 구산점 앞은 슈퍼마리오를 얻으려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자료사진 이재광

맥도날드 크루(아르바이트)인 이정아(22·가명)씨는 맥도날드 근무 이래 가장 힘든 경험을 했다. 어린이용 메뉴 ‘해피밀’에 슈퍼마리오를 사은품으로 증정한 행사가 어른들 사이에서 대박을 쳤기 때문이다.

이씨가 근무하는 점포에서는 16일 슈퍼마리오가 판매 6시간도 안 돼 조기 품절됐다. 해피밀이 품절되자 고객들은 이씨에게 항의하고, 유치원생들이 슈퍼마리오를 얻지 못해 매장에서 울기도 했다. 이씨는 “1차 때 해피밀 대란을 겪으면서 이번에는 제발 빨리 품절되기만 간절히 바랐다”며 “6개월 가까이 일하면서 이렇게 힘든 적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맥도날드가 해피밀에 슈퍼마리오를 사은품으로 증정한 것과 관련해 크루들 사이에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맥도날드는 지난달 30일에 이어 해피밀에 슈퍼마리오를 끼워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평소에는 4~5주 만에 매진되는 해피밀이 이번에는 판매개시 하루도 안 돼 매진될 만큼 높은 인기를 얻었다. ‘해피밀 대란’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실제 맥도날드 서울대역점과 합정역점은 행사 시작 2시간 전부터 손님이 몰려 대기인원이 매장 밖까지 길게 줄을 섰다.

맥도날드는 평소에 비해 몇 배가 높은 매출을 올려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 반면 크루들은 노동강도 상승으로 인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해피밀 행사 때 손님이 폭발적으로 증가해도 시급이 변하지 않고, 크루를 늘리는 등 인력조정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내에서 근무하는 김다래(23·가명)씨는 “해피밀은 다른 메뉴와 달리 햄버거·사이드·음료 메뉴를 따로 주문받아야 하기 때문에 손님이 밀리면 주문받기가 까다롭고 힘들다”며 “런치타임 때도 크루들끼리 '20분 있으면 런치 끝나요. 조금만 버팁시다'라고 서로 격려하는데 해피밀 행사 동안 어땠겠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해 맥도날드 관계자는 “이번처럼 행사 때 손님이 몰려도 본사 차원에서 성과급을 주거나 시급을 올려주지 않는다”며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은 학력 차별을 받지 않고 점포 점장·본사 정직원으로 채용될 수 있는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교현 아르바이트노조 위원장은 “매출 상승을 위해 벌이는 행사가 심각한 노동환경 변화를 유발하는데도 프랜차이즈업계는 성과급을 주지 않고 크루를 증원하지 않는다”며 “정규직원 채용을 이야기하는 것은 희망고문에 가깝고, 당사자들도 원치 않기 때문에 성과급을 주는 게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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