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주최로 19일 국회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불법파견의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서 조돈문 비정규노동센터 공동대표가 발제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이 빨리 나와야 현대차의 불법파견 또는 사내하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법원이 현대차 울산공장에 대해 불법파견 판결을 내렸는데도 오히려 비정규직이 늘어고 진성도급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현대차 사내하청 해고자였다가 대법원 불법파견 판결을 받고 정규직으로 복직을 준비 중인 최병승씨는 금속노조 주최로 19일 오후 국회 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불법파견의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2010~2013년 비정규직 930명 늘어

대법원이 최씨의 부당해고 소송에 대해 처음으로 현대차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것은 2010년 7월이다. 이어 2012년 2월 최종 확정 판결을 내렸다. 노동계는 현대차의 전체 생산공정에 대한 불법파견이 인정된 만큼 2년 이상 일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현대차 사측은 “최씨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개인에 대한 판결”이라고 맞섰다. 더불어 고용의제·의무를 명시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러는 동안 현대차에서 비정규직이 늘어났다는 것이 최씨의 분석이다. 최씨가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와 현대차지부 교섭위원 자료집을 재구성한 결과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던 2010년 1만2천461명이었던 현대차 비정규직은 지난해 1만3천391명으로 930명 늘었다.

하루만 불법파견으로 일해도 정규직화하도록 하는 내용의 파견법 개정안이 2012년 8월2일부터 시행되자 회사측이 단기촉탁직 채용을 늘린 결과다. 같은 기간 생산직 정규직은 1천372명 증가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 사내하청 2천38명을 정규직으로 신규채용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현대차 정년퇴직 현황을 분석해 보면 사내하청 신규채용은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위한 조치라기보다는 정년퇴직시 신규채용을 하게 돼 있는 노사 단협을 이행한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2004년부터 시작된 불법파견 흔적 지우기

그는 현대차가 다양한 방법으로 불법파견 정황을 지우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내하청업체에 대여했던 장비를 회수하거나 작업표준서 작성자를 변경하고, 이른바 진성도급으로 불리는 원·하청 공정 재배치가 대표적인 사례다. 생산라인 사내하청 공정을 모두 불법파견으로 본 2004년 노동부 판정이 나왔을 때부터 추진된 것들이다.

최씨는 “사측은 불법파견 면죄부를 받기 위해 특별교섭을 통한 노사합의를 시도하고 있다”며 “검찰 기소와 법원 판결을 빠르게 진행해 현대차가 불법파견을 인정하게 만들어야 특별교섭도 불법파견 문제해결을 위한 교섭으로 제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가 불법파견과 관련해 현대차 경영진을 고소·고발한 사건은 4건이다. 그런데 기소된 사건은 없다. 1천606명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2010년 11월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은 1심 선고도 나오지 않았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손정순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연구위원은 “현대차가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매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인건비는 당기순이익의 1~2% 수준에 불과하다”며 “그런데도 사내하청 노동을 계속 활용하려는 현대차의 전략을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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