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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의 외주화
   
▲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해양경찰청과 민간구난업체 언딘마린인더스트리(언딘)의 유착관계가 연일 새롭게 밝혀지고 있다. 해경이 언딘을 특정해 세월호 운행사인 청해진해운에 구난계약을 맺도록 요구했고, 언딘에게 수색 독점권을 주기 위해 민간잠수부는 물론 해군까지도 사고 초기 구조에 나서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언딘 대표이사가 해경의 법정단체인 해양구조협회 부총재였다는 사실은 둘의 관계가 보통 수준 이상이었을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 준다.

해경이 국가적 참사 앞에서도 이권을 앞세운 정황도 놀랍지만, 사실 끔찍한 것은 공권력 스스로가 무능을 선언했다는 점이다. 언론보도와 해경의 말을 종합해 보면, 구조 초기부터 해경은 언딘의 보조자였을 뿐이었다. 그리고 해경 관계자는 대놓고 언딘이 해경보다 낫다고 인터뷰했다. 앞으로 선박사고가 나면 경찰에 구조요청을 하지 말고, 더 능력 좋은 민간구조업체와 계약해 일을 처리하라고 정부가 이야기한 셈이다. 이런 식이면 아마도 조만간 여객선 요금에는 옵션으로 ‘민간구조업체 이용금’이 추가될지도 모르겠다.

국가의 무능을 극단적 형태로 세월호 참사에서 보고 있지만, 우리 한국 사회는 국가가 담당하던 국민 안전의 상당 부분을 이미 오래전부터 시장에 이관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경찰이 담당하던 경비부문이다. 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한 민간경비산업은 10년 만에 세 배 가까이 커질 정도로 급성장했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인 삼성 계열사 에스원은 2000년 매출액이 3천억원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1조3천억원에 이르고, 2위 업체 캡스는 같은 기간 1천300억원에서 4천800억원으로 매출이 증가했다. 경비업체수도 2001년 1천900개에서 3천600개로 급증했다. 등록된 경비원수는 10만명에서 15만명으로 증가했다. 기업들부터 개인주택에 이르기까지 돈이 될 만한 물품이 있는 대부분의 곳에는 에스원·캡스 등의 민간업체들이 경비를 책임지고 있다. 한국에서 경비는 이제 경찰의 업무가 아닌 것처럼 보일 정도다. 경비는 ‘돈’이 있는 사람을 위한 서비스가 됐다는 의미다.

안전의 빈부격차 문제 외에도 시장으로 빠져나간 안전부문은 국가적 차원에서 오히려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계약 상대방의 안전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빼앗는 일도 적극적인 업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이슈가 됐던 컨택터스는 회사와 계약한 시설안전을 위해 농성 중인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 끔찍한 폭력을 가했다. 당시 경찰은 공장 주위를 맴돌며 불법 폭력행위가 진행되는 것을 지켜만 봤는데, 이 폭력을 시설경비를 계약한 당사자들의 문제였다고 여긴 탓이다.

미국의 예는 좀 더 극단적이다. 2005년 카트리나 태풍으로 3천명 이상의 시민이 죽고, 도시 80%가 물에 잠긴 뉴올리언스에서는 부자들이 자신의 집을 지키겠다고 민간군사업체를 고용했다. 태풍 이후 폐허가 된 도시에서는 구호가 제대로 이뤄지기도 전에 이라크에서 민간인 사살로 악명을 떨친 민간군사업체 블랙워터가 중무장을 하고 빈민들을 위협하며 도심을 순찰했다. 국민 모두에게 제공되는 보편적 안전이 무시되고, 시장에서 거래되는 특수한 안전이 극대화될 때 어떤 일이 발생하게 되는지를 잘 보여 준다.

우리가 평상시에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다양한 공공서비스에서 안전부문을 떼어 내어 외주화하는 사례도 많다. 공공기관들은 수익성을 높이라는 정부 요구에 따라 비용은 크지만 경영평가 점수는 높지 않은 안전부문을 십수 년 동안 계속 외주화해 왔다.

지난해 최장기 파업을 진행했던 철도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대표적이다. 철도공사는 철도안전의 핵심 중 하나인 선로 유지보수업무를 지속적으로 외주화해 왔는데, 심지어 2011년에는 인천공항철도 선로보수 중 5명이 사망한 업체 관련 사건이 제대로 수습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안산선 선로유지보수업무를 외주화하기도 했다. 해당 업체는 비정규직 비율이 정규직의 서너 배가 넘는 회사로 선로유지보수와 안전 관련 노하우도 숙련도 쌓일 수 없는, 그야말로 비용만 저렴한 회사였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더 황당하다. 공항 업무의 90% 이상을 외주화한 공사는 공항안전과 직결되는 소방업무까지 외주화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받은 바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연 4천만명이 이용하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소방업무는 60명의 비정규 노동자가 전부 책임진다. 3조2교대로 운영되니 실제 화재발생시 대응인력은 20명 수준이다. 20명이 2천100만제곱미터, 123개에 달하는 대상물을 관리한다. 이것이 세계 1등 공항이라 자처하는 인천국제공항의 안전관리 현실이다.

세월호 참사는 사고를 낸 자본만큼이나 무능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90년대 이래 한국의 모든 정부들은 신자유주의 철학에 따라 국가의 다양한 부문을 시장에 넘겼다. 정부의 재정규모는 커졌지만 대부분의 재정은 기업 관련 투자에 쓰였고, 사회안전은 비효율적이라는 평가 속에서 시장에 넘겨졌다. 해경과 언딘이 보여 주는 유착관계와 이 유착이 빚어내는 안전에 대한 무능·무책임은 한국 사회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우리가 좀 더 깊고 넓게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책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알립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7일 해명자료를 통해 “인천공항의 소방대는 총인원 208명이고 이 중 3조2교대로 근무하는 인원은 180명으로 실제 화재발생시 대응 구조소방 인력은 1개조당 최소한 60명 이상”이라고 밝혀 왔습니다. 공사는 또 “인천공항의 소방시설 대상물(123개)의 총 연면적은 115만1천264제곱미터”라고 덧붙였습니다.
 

 

한지원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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