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선원과 같이 생명과 안전을 담당하는 업무에는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세월호의 운항과 안전을 책임지는 핵심부서인 갑판부·기관부 선원 17명 중 12명(70%)이 비정규직이다. 세월호 참사를 초래한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세월호의 안전을 담당하는 선원들의 전문성 부족이 참사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여객선 안심하고 타도 되나=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국회 입법조사처에 의뢰해 이날 공개한 '주요국의 여객선 등에 관한 공영제 운영 관련 법령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연안여객선 이용객은 1천600만명에 달한다. 이 중 도서민이 아닌 일반 이용객은 1천250만명이다. 국민 3명 중 1명이 여객선을 이용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여객선을 운영하는 선사는 영세한 곳이 적지 않았다. 전체 63개 선사 중 40곳(63%)이 자본금 10억원 미만이었다. 게다가 선령 20년이 넘은 노후선박이 전체의 24.3%를 차지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알려진 비정규직 선원 문제는 우리나라 선박관리업 전반에서 나타나는 고질적 문제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은 선원을 비정규직(계약직)으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류동근 한국해양대 교수(해운경영학부)는 2009년 발표한 '우리나라 선박관리업의 발전방안에 관한 연구'에서 "선원 고용이 8개월에서 1년 단위로 이뤄지면서 선박관리업체가 선원을 확보·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해운사업 발전을 위해 비정규직 선원을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영세한 선사가 운영하는 노후선박을 전문성이 떨어지는 비정규직이 운행하고 있는 셈이다.

◇기간제법 개정으로 해결될까=최근 정치권에서는 관련법 개정을 통해 안전 관련 업무에 대한 비정규직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경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밀접한 업무에 대해서는 계약직(기간제) 근로자의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기간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은 선원 파견근로를 금지하고 있다. 반면 기간제법은 선원을 계약직으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기간제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선원에 대한 기간제·파견제 고용이 모두 금지된다.

김경협 의원은 "그동안 우리 사회는 기업비용 절감 차원에서 모든 업무 영역에서 기간제 근로자 사용을 허용했지만 세월호 참사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철도·항공·원자력발전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밀접한 업무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비정규직의 사용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공부문부터 안전 챙기자"=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높아진 안전에 대한 관심을 사회 전반으로 확산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안전을 홀대하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고착화돼 있기 때문이다. 용역노동자들에게 맡겨진 공항 소방업무, 버스기사 인력감축으로 인한 과로 문제, 병원 시설관리 업무의 외주화 문제가 대표적이다.

민간부문에 만연한 안전 홀대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이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안전 관련 업무는 외주화하지 않겠다'고 못 박은 다음 민간부문까지 분위기를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며 "노조가 안전 문제를 규제·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안전관리 통제시스템을 민주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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