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세월호가 침몰한 직접적 이유 중 하나로 과적이 거론된다. 세월호는 허용량보다 세 배 넘는 화물을 싣고, 과적한 것을 감추기 위해 배 복원력에 핵심 역할을 하는 평형수를 줄였다. 전문가들은 세월호가 빙판길에서 자동차를 모는 것과 비슷한 상태였다고 비유한다. 사고가 언제 나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이런 과적은 당연히 선주가 지시했을 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과적으로 세월호는 운항당 1억원 이상의 수입을 더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위험을 대가로 1억원을 더 벌 수 있다면,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하자는 것이 선주의 판단이었을 것이다. 선주 입장에서는 이게 합리적이다. 왜냐하면 실제 선주가 여러 계열사를 통해 세월호를 간접소유하면, 이익은 배당이나 내부거래를 통해 가져올 수 있는 반면 사고시에는 처벌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벌은 바지사장이나 배를 운항한 선원이 받게 된다.

빙판길에서 자동차를 모는 것과 비슷한 상태로 운행하고 있는 것은 연안 여객선만이 아니다. 우리 주위에서 보면 대표적으로 화물차가 그렇다. 5톤 트럭이라 쓰인 화물차가 10~15톤을 싣고 다니는 것은 큰일도 아니다. 이렇게 과적을 하면 제동거리는 늘고, 기동력은 떨어져 안전사고 위험이 훨씬 높아진다. 한 해 화물차 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이 1천300여명에 이르고,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중 38%가 화물차 과적으로 인한 사고가 원인일 정도다.

화물차 과적 역시 운송사나 화주의 요구 때문에 이뤄진다. 화주와 운송사들은 화물차 노동자가 과적을 거부하면 아예 물량을 회수해 버린다. 11톤 트럭에 20톤을 싣자고 해도 화물차 노동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화주·운송사들은 사고시 화물에 대해 보험 처리를 받을 수 있고, 사고 처벌은 전혀 받지 않으니 이득만 있고 손해는 없다. 과적 사고 당사자들만 죽고, 다치는 셈이다.

안전문제에 대해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교통수단 중 하나는 저가항공이다. 저가항공사는 사업구조가 세월호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 먼저 세월호가 30년 된 노후선박을 들여와 무리한 개조로 문제를 일으켰듯이 저가항공사들도 중고항공기를 들여와 좀 더 많은 승객이 탈 수 있도록 개조한다. 그리고 세월호 승무원의 90%가 비정규직이었던 것처럼 저가항공사 승무원들 역시 대부분 비정규직이고, 최근 티웨이항공이 연속으로 두 차례 적발됐듯이 과적 운항도 종종 발생한다. 요금을 낮추는 대신 수익을 쥐어짜다 보니 일어나는 것들이다.

이들 저가항공사들 대부분은 재벌의 계열사다. 제주항공은 애경그룹, 진에어는 한진그룹, 에어부산은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다. 그렇다면 이들 항공사가 대형사고를 내면 그룹의 본사나 총수가 처벌을 받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 책임으로 약간의 돈을 더 내놓기는 하겠지만, 보험으로 처리 못할 정도면 저가항공사를 파산시키면 그만이다.

사업장 안에서의 안전사고는 어떤 점에서 가장 끔찍하다. 한 해 2천명 가까운 노동자가 목숨을 잃지만 하청회사 노동자란 이유로, 법적으로 사용자가 책임질 범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아예 보도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와중에도 현대중공업에서는 연이어 노동자들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두 달 만에 8명의 노동자가 깔려서, 추락해서, 족장이 붕괴해서 죽었다. 현대중공업 소유주인 정몽준씨는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시민안전을 외쳤지만, 정작 그의 사업장에서는 노동자들이 매일같이 안전사고로 죽어 나갔다.

법적으로 그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 죽은 노동자 대부분이 하청노동자여서 현대중공업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하청 사업주도 허술한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인해 법원에서 약소한 벌금만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청 소유주에게 책임을 묻는 일은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다.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도급비에 안전 관련 비용을 감안하지 않고, 또 비정규 노동자 공정에 안전설비를 하지 않으면 그만큼 이익이 늘어난다. 실소유주 정몽준씨의 재산도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도 사고가 나면 책임질 일이 없다.

노동자들이 안전사고를 줄여 보자고 제도개선을 요구하면 온갖 방해로 무산되기 일쑤다. 화물연대의 예를 보자. 화물차 노동자들의 노조인 화물연대는 수년 동안 과적근절을 위한 단속제도 정비를 요구해 왔다. 적재중량 단속권을 국토관리청으로 일원화하고, 고의과적 3회 이상시 면허를 취소하며, 과적을 요구하는 화주에 대해서도 처벌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지극히 합리적인 요구다. 오히려 정부가 반색하며 제도개선에 나서야 할 내용이다.

그러나 제도개선은 수년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화주들은 과적을 단속하면 물류비 증가로 경영이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정부는 화주를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이 어렵다며 운전자 처벌만 이야기한다. 안전을 무시하는 것이 화물의 실소유주에게 이득이라는 것을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는 셈이다. 과적단속을 대충하고, 원인제공자는 처벌도 하지 말자는 이야기니 말이다. 한국 경제가 실제 돌아가는 모양이 이렇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여러 안전대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공무원 기강과 유착관계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요하다. 하지만 근본적 수술은 아니다. 안전비용을 낮춰 돈 버는 사업주가 리스크 비용이 크지 않다면 사업주는 결국 안전비용을 낮춰 규제를 피해 갈 궁리를 하고, 그것도 안 되면 차라리 사고 후 손실을 수익에서 사후 처리하는 것이 낫다고 여길 것이기 때문이다. 소유주들의 의식을 바꾸고, 시스템을 구조적으로 손보려면 돈 버는 실소유주를 처벌해야 한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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