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노조를 만든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고용형태와 그에 따른 노동조건은 복잡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실제 사용자가 누구인지 애매한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4대 보험 적용과 임금수준 등에서 적지 않은 피해를 보고 있다.



"4대 보험 미가입" 확약서까지 받아



10일 희망연대노조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는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협력업체들과 직접 도급계약을 맺기도 하지만, 중간업체를 끼기도 한다. 중간 업체가 다시 2~3개의 협력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하는 다단계 하도급 형태를 띠고 있다.

노동자들의 고용형태와 노동조건도 복잡하다. AS업무를 하는 기사들은 대부분 협력업체의 정규직이다. 때문에 4대 보험을 적용받고 있다. 반면에 개통·철거·영업기사는 건당 수수료를 지급받는 개별도급계약을 맺거나 소사장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특수고용직에 가까운 셈이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아 4대 보험을 거의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개별도급계약이나 소사장제로 운영된다고 해서 협력업체들이 사용자로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않아 보인다.

LG유플러스 협력업체 중 일부는 개별도급계약을 맺은 노동자들에게도 4대 보험료를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에 정규직들을 대거 개별도급으로 돌리는 대신 4대 보험료는 유지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 노조측 설명이다.

10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희망연대노조는 한 LG유플러스 협력업체 명의의 확약서를 공개했다. 이 확약서는 개별도급자가 업체와 계약할 때 작성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확약서를 통해 △4대 보험을 비롯해 입사시부터 퇴직시까지 일체의 노동관계 법령 미적용 △노동관계법령을 적용할 사정이 발생할 경우 그동안 본인이 부담해야 할 4대 보험료와 갑종근로소득세를 일시금으로 환급하도록 약속해야 한다.

확약서에는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공제한다”고 표현하면서도 ‘입사’ 또는 ‘퇴직’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개별도급 계약을 체결한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될 여지가 크다는 것을 협력업체 사용자들이 스스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상현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장은 “이유도 모른 채 회사가 4대 보험을 안 들어 준다고 하면 그런 줄 알고 살아 왔다”고 말했다.

최진수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 법률지원센터)는 “두 통신업체의 소사장이나 개별도급 노동자들이 근기법상 근로자로 분류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인센티브 떼먹히고, 고객 전화 못 받으면 급여삭감



협력업체 정규직이라고 해서 근기법에 보장된 혜택을 다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노조에 따르면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개통·AS업무를 하면서 쓰게 되는 차량 유류비·통신요금·자재구입비 등은 모두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들과 비슷하다.

여기에 모뎀이나 셋톱박스 같은 장비를 분실하거나, 서비스에 대한 고객 불만이 들어오면 급여가 삭감된다. 고객이 기사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는데 받지 못한 경우도 급여삭감 대상이 된다.

원청에서 협력업체로 주는 인센티브도 떼먹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브로드밴드는 분기별로 등급을 책정해 기사 한 명당 70만~100만원의 인센티브를 주는데 최소 20만원 정도를 협력업체가 중간에서 가로챈다는 것이 노조 주장이다. 심지어 인센티브를 지급하지 않는 업체도 있다.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들은 퇴직적립금 명목으로 매달 15만~20만원을 공제하고 있다. LG유플러스 협력업체 중 일부는 정규직에게 회사가 내야 할 4대 보험료를 기사가 부담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회사가 지원해야 할 돈을 기사가 부담하거나, 삭감당하는 급여는 SK브로드밴드가 월평균 72만원, LG유플러스가 90만원 정도라는 것이 노조 주장이다. 노조는 “정기적으로 나가는 유류비·통신비·퇴직적립금 공제·사용자 부담 보험료만 계산한 것이 그 정도이고,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자재구입비나 고객 불만 급여차감 등을 합치면 피해 금액은 더욱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경재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장은 “원청이 협력업체별로 등급을 매기고 달성하기 힘든 목표량을 부여하면서 수수료는 인상하지 않아 우리 노동자들만 쥐어뜯기고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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