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선·전화·IPTV 개통·AS 업무를 하는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협력업체들이 근로기준법을 회피하기 위해 근로자와 자영업자 지위를 동시에 갖는 이른바 '근로자영자' 고용형태를 강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장시간 노동과 각종 수당 미지급에 시달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규직인데 급여항목에 사업소득?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희망연대노조는 15일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 노동자 A씨의 급여명세서<사진>를 공개했다.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에서는 직접고용 노동자와 개별도급계약 노동자들이 혼재해 일하고 있다. 급여명세서의 주인공은 직접고용 노동자다. 그런데 회사측은 정규직 급여항목과 사업소득 항목으로 나눠 임금과 소득을 각각 지급하고 있었다.

해당 노동자는 정규직 급여항목으로 106만원의 기본급과 10만8천원의 퇴직급여 등 151만원을 받았다. 동시에 사업소득 명목의 장애수당 101만원을 받았다. 급여공제 항목을 보면 정규직 급여항목에서는 10만원 이상 4대 보험료를 공제하면서도 근로소득세는 공제하지 않았다. 반면에 사업소득 항목에서는 사업소득세와 주민세 등 4만3천원이 공제됐다.

협력업체가 직접고용한 근로자인데도 급여명세서상으로는 사업자 지위를 동시에 갖는 희한한 고용형태다. 노조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의 경우 형식적으로는 개인사업자인 도급계약직이 희망할 경우 4대 보험을 들어주는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종 고용형태는 사용자가 휴일근로·연장근로수당 부담을 줄이려는 편법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A씨의 급여명세서에는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이 0원이었다. 노조는 “한 달에 채 이틀을 쉬지 못하면서 일했는데 휴일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을 받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근로자성 인지하면서도 4대 보험 미가입 강요"

LG유플러스 일부 협력업체들도 근기법상 근로자처럼 직원들에게 일을 시키면서 형식적으로는 개별도급계약을 맺은 사업자로 위장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달 10일 노조가 공개한 협력업체 B사와 직원 간 확약서를 보면 업체는 “4대 보험 미가입과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 공제를 희망한다”는 내용에 서명하라고 노동자에게 요구했다. 게다가 B사는 “입사시부터 퇴사시까지”라는 문구와 “4대 보험 및 노동관계법령을 적용해야 할 사정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그동안 본인이 부담해야 할 4대 보험료 및 갑종근로소득세 등에 대해서는 일시금으로 환급하겠다”는 내용을 확약서에 담았다.

확약서가 직접고용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것인지, 개별도급계약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분명한 것은 형식적으로는 4대 보험료 납부의무를 피하기 위해 직원에게 사업소득세를 내도록 하면서, 실질적으로는 근기법상 근로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업체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노동부 방치에 변종고용 기승”

거대 통신업체 협력업체들이 변종 고용형태를 악용하는 것과 관련해 원청이 설정한 영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원청은 각 센터의 영업성과에 따라 인센티브 또는 페널티를 준다. 협력업체들은 출혈경쟁을 벌이게 되고, 결국 비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근기법상 근로자인 노동자들에게 사업자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은수미 의원은 “고용노동부가 2007년 근로자파견 판단지침을 개악한 뒤 서비스산업에 속속 등장하는 변종고용에 대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고,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면서 간접고용 노동자와 특수고용직을 합친 ‘근로자영자’라는 변종괴물이 탄생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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