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주 변호사
(금속노조 법률원)

“노동조합은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조직인 줄 알았습니다. 노동조합은 빨갱이인 줄 알았습니다. 노동조합은 맨날 싸우고 부수는 줄 알았습니다. 나는 절대 노동조합 안 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빨갱이도 아니고, 매일 부수고 싸우지도 않습니다. 나에게 빼앗긴 권리를 달라고, 그리고 선·후배 동료들 숨통 좀 트고 살자고 뭉쳤을 뿐입니다. 그런데 삶은 나아지지 않고 언론은 귀족노동자라고 보도합니다. 저는 별에서 오지 않았습니다. 평범한 노동자입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소속 한 조합원의 고백입니다. 2013년 7월24일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서비스 노동자들은 함께 살기 위해 노동조합을 조직했습니다.

노동조합은 설립 이후 지금까지 위장도급 문제제기, 교섭거부·해태·표적감사·노조탈퇴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대응, 단체교섭·쟁의행위 조정신청·쟁의행위 찬반투표·파업 등 숨 막히게 투쟁하며 달려왔습니다.

올해 2월 초 삼성전자서비스는 형식적 도급인의 지위를 악용해 지회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체투입을 하면서 탄압을 했습니다. 지회는 현장투쟁을 위해 요구안이 담긴 투쟁조끼를 착용하고 근무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영등포·양천·강서 등 일부 센터에서 2월10일부터 조끼 착용을 한 조합원들에게 일을 주지 않는, 이른바 '콜수임 제한'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각 분회 조합원들은 센터장들의 횡포와 탄압에 맞서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항의를 하고, 관할 노동지청에 근로감독관의 감독과 지도를 요구하고, 점심시간에는 시민들에게 노동조합의 요구안을 알려 내기도 하면서 센터장들의 부당한 노무수령 거부에 적극적으로 맞서 싸웠습니다. 그리고 2월24일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에 고소를 했습니다. 각 센터장들의 콜수임 제한은 정당한 조합활동에 대해 노무수령을 거부하는 불이익 취급으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각 센터장은 3월7일 콜수임 제한을 풀었고, 지회 조합원들은 다시 일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아직 양천센터 내근 서비스 노동자들의 콜수임 제한은 풀리지 않았습니다. 센터장이 센터에서 고객을 대면하는 내근 서비스 노동자들은 조끼를 입어서는 안 된다고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19일 아침 한 장의 사진이 지회 밴드에 올라왔습니다. 양천센터 내근 서비스 노동자들이 올린 글과 사진이었습니다. 콜수임을 주지 않아 환풍기 하나 없는 탈의실에 갇혀 땀을 쏟으면서도 “당연 기본급 이상 못 벌겠지요”라고 말하면서 “그래도 즐겁게 똘똘 뭉쳐 투쟁 외쳐 봅니다. 투쟁!”이라고 적힌 글이었습니다.

투쟁조끼가 뭐라고 그 동지들은 임금도 포기해 가면서, 답답한 탈의실 안에 있으면서도 “즐겁게 투쟁”이라고 외치는 것일까요.

조끼 앞면에는 “소비자에겐 폭리! 노동자에겐 착취! 시민들과 함께 고장 난 삼성을 AS하겠습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뒷면에는 “생활임금 보장! 노동조합 인정! 떼인 임금 지급! 삼성을 바꾸자! 우리 삶을 바꾸자!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 동지들에게는 노동조합을 인정받는 것, 정당한 조합활동을 보장받는 것,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찾는 것, 함께 사는 것이 그만큼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투쟁조끼 한 장을 온몸으로 지켜 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지회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제 시작입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위장폐업을 하면서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있지만 지회 조합원은 더욱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회 조합원들의 노란색 조끼와 단결투쟁을 보며 “반드시 이기자”는 결의를 다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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