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처리로 은폐된 산재사고까지 포함하면 조선소 사내하청의 업무상재해 발생건수가 원청의 3배에 육박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내하청으로 위험을 전가하는 원청 노사의 담합과 정규직 중심으로 설계된 산업안전보건제도의 구멍이 초래한 결과다.

박종식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은 16일 ‘내부 노동시장의 구조변화와 재해위험의 전가’ 박사 학위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9개 조선소의 사내하청 비중은 90년 21.21%에서 2012년 251%로 10배 넘게 급증했다. 박 연구원은 “원청 노조는 고용안정과 위험업무 회피를 위해, 원청 사용자는 인건비 절감과 노동력의 유연한 활용을 위해 담합한 결과 조선산업은 사내하청을 활용하는 시스템에서 사내하청 중심의 생산시스템으로 변모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사내하청에 대한 위험의 전가와 산재은폐의 악순환이다. 이런 현실은 정부의 공식 산재통계에는 드러나지 않는다. 박 연구원이 근로복지공단의 자료를 바탕으로 추출한 업무상재해 통계에 따르면 2009년 현재 원청 조선소의 업무상재해자는 532명, 사내하청은 463명으로 원청의 재해가 훨씬 많다.

하지만 산재은폐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산재사망사고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2009년 현재 원청의 산재사망자수는 5명, 사내하청(12명)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노동자 1만명당 산재사망사건발생건수를 나타내는 사망만인율을 보면 원청은 0.82%, 사내하청은 2.07%로 역시 두 배 넘는 차이가 난다.

박 연구원은 “사내하청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존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공상처리와 산재처리가 각각 70대 30의 비중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를 감안하면 2009년을 기준으로 원청의 업무상재해자수는 532명이고 사내하청은 이보다 3배 높은 1천543명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조선소는 사내하청에 대한 위험의 전가와 함께 제도적 은폐라는 심각한 고질병을 앓고 있다”며 “새로운 생산시스템과 고용형태가 전면에 부각되고 있는 만큼 이런 현실을 반영하는 산업안전보건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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