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경찰의 민주노총 진입을 지켜본 정치권은 23일 바쁘게 움직였다. 같은 사건을 두고 해석은 정반대였다. 파업의 불법성은 물론, 민영화가 아니라는 정부의 의견을 놓고 논란이 오갔다. 23일 환경노동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는 각각 오전과 오후에 전체회의를 열어 업무보고를 받았다. 지난 20일 올해 활동을 마감했던 환노위가 다시 업무보고를 받고, 장관의 비토로 파행을 겪었던 국토위가 긴급 현안질의를 한 것은 정치권이 그만큼 현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깜짝 제안은 있었지만, 여야 공방만

깜짝 제안도 이뤄졌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여야가 공동으로 철도 민영화를 하지 않기로 다짐하는 공동결의를 국회에서 합의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경찰의 민주노총 진입에 대해서는 “노조 집행부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시도는 연말연초의 철도정상화를 위해 성역 없이 집행해야 할 법원 명령에 따른 경찰사법당국의 불가피한 법 집행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그동안 꾸준히 얘기했던 입장도 바뀌지 않았다. 황우여 대표는 “(야당이) FTA에 따라 입법화가 불가능한 민영화 금지법 제정을 계속 주장하면서 여론을 호도한다”며 “더 이상 민영화 반대를 이유로 파업을 진행하는 것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명분이 없고 이것은 불법파업”이라고 비판했다. “민영화가 아니다”는 대통령·국무총리·국토교통부장관의 말을 믿으라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같은 당 최경환 원내대표의 어조는 더 강경했다. 그는 “국정의 한축인 제1야당이 철도노조의 불법파업에 부화뇌동해 파업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은 실망을 넘어 절망적”이라며 “야당과 민주노총, 시민단체 속마음은 이번 기회에 반정부 공동전선을 구축해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술책”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정반대의 의견을 냈다. 박수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 지도부의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는 자의적 해석”이라며 “본질을 회피하고, 진실을 호도하려는 전형적인 기만포장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철도의 민간 자본 참여 제한을 명시한 ‘철도사업법’ 개정은 3권 분립 원칙에도 위배되지 않고 한미FTA 조항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철도의 공공성을 고려할 때 지배 구조와 같이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는 단순히 행정부의 집행권에서 머무를 문제가 아니라 입법부를 통해 국민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돼야 하는 문제”라며 “정치권이 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갈등이 증폭되고 공안폭거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야의 이런 입장은 국토위에서 그대로 반복됐다.

방하남 장관 책임론 불거져

환노위에서는 여야 의원 모두 민주노총 진입에 따른 부정적인 효과를 우려했다. 야당에서는 방하남 노동부장관 책임론까지 제기했다. 방하남 장관이 “(민주노총 진입과 관련한 정보를) 미리 알지 못했다”고 답변하면서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민주노총이 출범 18년 만에 쑥대밭이 됐다”며 “노사관계가 잘 되려면 소신 없고, 능력도 안 되고, 사태를 알지 못하는 장관부터 경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경찰은 수색영장 발부에 실패했는데도 유리문 두 개를 부수고 잠금장치를 훼손하고 건물 옥상까지 난입했다”며 “정부가 떼강도로 돌변한 사건의 와중에 장관은 어디에 있었냐”고 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의원은 “자회사를 만들면 자회사로 전적해야 하고, 임금과 근로조건에 변화가 있을 텐데 어떻게 이번 파업이 근로조건과 관련이 없느냐”며 “불법파업이라는 근거가 무엇이냐”고 말했다.

여당에서도 노동부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도 “안전행정부는 법과 원칙적 측면에서 업무를 수행해야 하지만, 노동부는 갈등을 조정하고 정부 이야기를 신뢰하도록 해야 하는데 노동부는 아무 역할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철도노조의 파업을 해결하려면 장관직을 걸고 책임지겠다는 대국민 선언 정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은 있었지만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 국토위 야당 의원들이 요구했던 철도 민영화 관련 특별소위원회 구성은 여당의 반대로 실패했다. 파업 중단을 위한 노사 중재를 하겠다는 환노위 간사 간 협의도 소득 없이 끝났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