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위원장 김명환) 파업이 25일로 17일째를 맞았지만 대화는 실종된 채 노정 정면충돌 양상만 계속되고 있다.

체포영장이 발부돼 수배상태인 박태만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전날 밤 서울 종로구 조계사로 몸을 피했다. 정부가 대화창구를 모두 닫아 버리자 종교계를 통한 대화를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는 지도부 검거에 1계급 특진을 내거는 등 강경대응을 고수하고 있다.



◇철도노조 "종교계가 중재 나서 달라"=박태만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조계사 경내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민주노총까지 침탈한 상황에서 갈 수 있는 곳은 조계사밖에 없었다"며 "국민이 대화에 나서라고 해도 귀를 막고 있는 정부를 상대로 종교계가 중재에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사회적 갈등이 하루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종교계가) 대승적 차원에서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실제 96~97년 노동법 날치기에 따른 양대 노총 총파업 당시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도부가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할 때도 종교계가 대화를 중재했다.

박 수석부위원장은 "26일 민주노총 전국 동시다발 지역별 규탄집회를 진행하고 28일을 '100만 시민 행동의 날'로 정해 같은날 오후 3시 광화문에서 철도 민영화 반대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전 조계사를 찾은 박원석 정의당 의원을 통해 정치권과 종교계가 대화의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을 원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현재 조계사에 있는 조합원들 중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사람은 박 수석부위원장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노조는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종교계의 중재를 거듭 요청했다. 백성곤 노조 홍보팀장은 "경찰이 민주노총까지 침탈한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 우리 사회의 양심을 지켜 온 종교계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며 "조계종에서 정부의 일방적 탄압과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해결될 수 있도록 대승적 차원에서 노력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백 팀장은 특히 "정부는 철도노조를 범죄집단으로 취급하고 있지만 합법적인 파업을 하고 있는 만큼 빠른 시일 안에 지도부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계사측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지도부를 강제로 쫓아내지는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간부들도 경찰의 수배를 피해 조계사로 들어가 120여일 동안 농성을 진행한 바 있다.

경찰은 3중대 250명의 경찰력을 조계사 주변에 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계사가 지니고 있는 상징성 때문에 쉽게 진입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일단 조계사 주변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에는 사복경찰로 추정되는 남성 2명이 수갑을 소지한 채 조계사 경내에 들어왔다가 노조측과 몸싸움을 벌인 끝에 밖으로 쫓겨나가는 소동도 벌어졌다.



◇코레일 "대선불복 세력, 철도노조 내세워 희생 강요"=새누리당과 코레일은 노조 파업을 '대선불복 정치투쟁'으로 규정하면서 민영화 반대여론 차단에 나섰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 은평구 서울기관차승무사업소를 찾은 자리에서 '대선불복 프레임'을 꺼내 들었다.

최 사장은 "현 파업 양상은 철도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 전체로 확산된 상태"라며 "대선불복과 사회혼란을 야기하는 목소리에 우리 노조를 최선봉에 내세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 파업이 대선불복 세력들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최 사장이 대선불복을 거론한 것은 파업 이후 처음이다. 전날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원내대책회의에서 철도 파업에 대해 "대선불복 세력이 공동전선을 구축해 철도노조와 연대해 벌이는 것"이라고 규정한 뒤 코레일이 새누리당 논리를 따라가는 모양새다.

최 사장은 이어 "국민의 발과 생명을 볼모로 한 불법파업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불신의 벽이 커지고 강경 일변도로 가게 되면 상처만 깊어진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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