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2명 중 1명은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어 심리상담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는 노동자도 10명 중 3명 이상으로 조사됐다. 자살충동 이유는 직장 내 문제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명숙·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 의뢰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업무환경 및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880명을 대상으로 이달 5~6일 이틀간 실시됐다.

◇하청업체 근로계약에도 '삼성맨'이라 착각=근로조건 실태조사 결과 주 60시간 이상 초과노동을 하고 있는 비율이 33.8%나 됐다. 40시간 이하 근무한다고 응답한 노동자는 7.2%에 불과했다. 40~50시간이 23.4%, 50~60시간이 35.6%였다. 60시간 이상은 17.8%였고, 70시간을 초과해 일하고 있다는 응답도 16.0%나 됐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지만 휴식시간은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 정해진 식사시간이 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48.7%가 "없다"고 답했다. 근로기준법은 하루 8시간 이상 근무할 경우 1시간 이상 휴게시간을 보장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대다수는 하청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는데도 응답자의 20.9%는 자신이 삼성전자서비스 본사와 근로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 조사를 담당한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입사 초기 삼성으로부터 직접 실무교육을 받다 보니 근로계약 업체도 삼성인 줄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감정노동자보다 강도 높은 '감정노동' 수행=이들은 백화점 판매·카지노 딜러·콜센터 노동자보다 월등히 높은 감정노동을 수행하고 있었다. "내 일은 감정적으로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4점 만점 수치로 환산한 결과 3.8점으로 높게 나왔다. 올해 8~9월 연구소가 간호사·콜센터직원·백화점판매원 등 전통적인 감정노동 종사자 2천200여명을 대상으로 같은 조사를 벌여 나온 3.7점보다 높다.

근무 중 고객으로부터 욕설 등 폭언을 들은 경험은 85.9%, 무리한 요구를 받은 경험이 88.7%로 집계됐다. 앞서 감정노동 종사자 조사에서는 각각 81.1%와 80.6%였다.

회사가 고객을 상대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감시·관찰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87.4%가 "그렇다"고 답했다. 감정노동 종사자는 83.3%였다.

자살충동 34.8%·자살시도 4.5%=응답자의 우울수준을 확인한 결과 심리상담이 필요한 집단은 53.9%로 절반을 넘었다. 정상은 22.7%, 가벼운 우울상태는 23.4%로 조사됐다. 반면 중증 우울상태와 고도 우울상태는 각각 23.5%와 30.4%로 나타났다. 감정노동 종사자 조사에서 심리상담이 필요하다고 답한 결과(38.6%)를 웃돌았다.

임 소장은 "남성이 여성보다 우울수준이 심하지 않다는 사실에 비춰 보면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의 우울수준은 매우 심각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불안정한 정신건강 상태는 자살충동·자살시도 경험을 묻는 질문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자살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는 응답이 34.8%로 조사됐고, 자살시도를 한 적이 있는 경우도 4.5%나 됐다. 2009년 보건복지부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나타난 우리나라 국민의 자살충동 경험(16.4%)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이다. 자살충동을 느끼는 이유는 직장 내 문제가 72.7%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가족·개인문제는 27.3%에 그쳤다.

라두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수석부지회장은 "개인실적 감소에 따른 성과급 불이익을 팀원에게 전가시켜 동료 간 갈등을 유발시키고, 집합교육과 고객응대 시뮬레이션을 직원들 앞에서 실시하도록 해 공개망신을 주는 일이 회사에서 자주 벌어진다"며 "삼성전자서비스의 독특한 조직체계에서 유발되는 이런 일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우리 사회에서 인격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고, 이런 일이 삼성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분노해야 한다"며 "삼성이 사회적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하청노동자 노동환경을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명숙·은수미 의원과 지회는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