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은회 기자
국내외 노동 관련 연구보고서를 통틀어 정년연장이 부모세대와 자녀세대 간 일자리 경쟁을 촉발한다는 연구 결과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청년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대기업·공기업으로 대변되는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를 향한 취업전쟁의 관문이 더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위원장 김대환)가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세대 간 상생을 위한 일자리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통계에 잡히지 않고 실증하기도 어렵지만 현실의 문제로 존재하는 소위 ‘정성적(定性的) 불안감’에 대한 해법 모색이 이뤄졌다. 청년들이 느끼는 일자리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노사정이 적극적으로 사회적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희준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지난 10월 삼성의 취업전쟁을 예로 들었다. 이른바 ‘삼성 수능’으로 불리는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에 올해 10만여명의 취업준비생이 몰렸다. 삼성의 하반기 공채인원 5천500명 안에 들려면 20대 1의 경쟁을 뚫어야 한다. 박 교수는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정년연장에 따라 신규채용 규모를 20~30% 정도 줄이더라도, 줄어든 일자리가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며 “삼성에 들어가겠다고 올인한 10만명의 젊은이들은 막대한 심리적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근로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 취업을 피하고자 하는 청년세대가 부딪힌 정성적 불안의 증대다.

정성적 불안이 커질수록 “청년층 취업을 위해 고령자가 조기퇴직해야 한다”는 사회적 편견이 부각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대기업과 공기업에서 정년을 연장하면서 임금체계 개편을 동반하지 않을 경우 세대 간 일자리 충돌의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라며 “현행법상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이 권고조항에 불과한데, 이에 대한 추가적인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임금체계 개편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외국의 여론조사 결과처럼 ‘청년을 위해 고령자가 조기퇴직해야 한다’는 식의 편견이 부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어수봉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노사의 협조를 강조했다. 어 교수는 “정년연장의 수혜자인 근로자들이 자신의 생산성에 부합하는 직무와 임금을 수용해야 기업이 청년계층을 고용할 여지가 생긴다”며 “이때 정부는 노사의 상생협력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