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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노조의 전략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시간제 일자리가 논란이다. 박근혜 정부는 고용률 70% 달성의 핵심 정책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가 가지는 부정적 이미지를 중화시키려고 ‘반듯한 시간제’라는 말까지 만들었고, 공공부문에는 없는 직종까지 만들어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시간제 일자리가 반듯해지기 어렵다는 것은 현실에서 익히 증명된 바다. 시간당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사회보험 가입률은 10%대에 불과하다. 현실에서는 전일제의 대안이 아니라 실업의 대안으로 시간제를 선택한다.

시간제 일자리의 핵심 대상이 되는 여성 노동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여성들이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을 시간제 일자리로 개선할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 여성들이 불충분한 가계수입을 보충하고자 육아·저임금에 시간제 노동까지 부담하는 것이 현실에 가깝다.

네덜란드는 시간제 일자리의 모범으로 자주 인용된다. 하지만 노사정의 안정적 사회적 합의와 강력한 사민당, 무엇보다 노동권에 대한 우호적 사회적 기준이 있는 네덜란드를 한국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박근혜 정부는 노사정 사회적 합의는커녕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조차 무시하며 공무원노조를 법외노조로 만들었다. 전교조는 법외노조가 되기 직전이다.

창조컨설팅의 반노조 테러는 모두 무혐의로 덮였다.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를 이야기하면서 고등학교 교과서에는 최저임금 제도 때문에 실업률이 늘어난다고 쓰고 있다. 이미 시간제 일자리의 다수가 최저임금 미만인데, 최저임금제마저 없다면 반듯한 일자리는 고사하고 최악의 일자리만 더 생겨날 상황이다. 네덜란드 시간제 일자리의 반듯함을 지켜 주는 핵심 중 하나는 높은 최저임금이다.

정부는 부작용이 많다 하더라도 임기 내 치적을 위해 공공부문에 어떻게든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 놓을 것이다. 고용률 단기실적을 좇으면서 정부 각 기관에서 우후죽순 시간제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고용이 어느 정도 안정된 공공부문의 일부 직종 노동자들은 바쁜 업무 처리나 경력 단절을 피하기 위해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가 계속 ‘반듯한’ 일자리를 선전하다 보면 실업률이 높은 청년층과 노령층은 적극적으로 시간제 일자리에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노동운동이다. 현실적으로 정부 정책을 공공부문 노조들이 힘으로 막아 낼 수는 없다. 시간제 일자리의 문제점을 계속 지적하고 다른 대안을 만들기 위해 사회적 여론을 조성하겠지만, 그렇더라도 정부가 고용률 개선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고용률은 정부 사회정책의 핵심이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네덜란드노총 부위원장은 어차피 노조가 반대해도 시간제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전략적으로 양질의 시간제를 만들 수 있도록 노사정이 협력해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이는 한국의 노사관계를 이해하지 못한 그야말로 북유럽식 발상인 것 같다. 한국에서는 코포라티즘적 사회구조가 단 한 번도 제대로 세워진 적이 없다. 만약 민주노총이 반듯한 시간제를 위해 정부에 협력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반대하는 것만도 못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지금까지 역사가 그랬다.

투쟁을 통해 정책을 막아 낼 수도, 그렇다고 사회적 대화를 통한 개선도 불가능하다면 노동운동은 무엇을 해야 할까. 시간제 일자리 노동자를 모두 노조로 조직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으로 보인다. 시간제 일자리가 가장 먼저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공공부문 노조들이 규약을 개정하고, 비정규 노동자 조직화 사업에 많은 자원을 투자해 시간제 일자리 노동자들이 쉽게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의 노조 조직률을 높이고, 민주노조의 계급적 책무를 강화하며, 동시에 정부에 대한 교섭력을 높이는 효과를 만들 수 있다. 기존 정규직 조직노동자들이 얼핏 시간제 노동자를 자신들의 고용안전판으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이미 수차례 역사적으로 증명됐듯이, 불안정 노동의 증가는 결국 정규직 감소로 이어졌다. 특히 공공부문에서 40대 이하 젊은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의 직접적 당사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노동운동의 제도개선 투쟁은 제도개선과 더불어 그 제도로 인해 불이익을 받을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데 핵심이 있다. 남 일 하듯이, 도덕적 의무로 하는 제도개선 투쟁은 사실 힘이 없다. 계급적 단결을 추구하는 민주노조운동의 제도개선은 정책적 논리에 앞서 부당한 제도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을 노조로 조직해 사회적 힘을 키우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민주노총을 비롯해 공무원노조·전교조·공공운수노조 등 공공부문 노조들은 시간제 노동자 조직화 사업으로 정부 정책에 제대로 맞서야 한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한지원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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