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쟁 사업장이 많아진다. 2천일을 훌쩍 넘긴 사업장들도 많다. 투쟁이 이렇게 길어지는 것은 기업권력이 세기 때문이다. 정리해고에 대해 법원은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광범위하게 인정해 버리고, 비정규직 해고는 ‘해고’가 아니라 ‘계약해지’일 뿐이라고 한다. 법으로 이기지 못하면 투쟁의 힘으로 기업을 압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쫓겨난 이들은 기업을 압박할 수단이 많지 않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의 경우처럼 파업 중인데도 용역깡패와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등 기업들은 너무나 많은 수단을 활용해 파업의 효과를 축소한다. 법과 경찰력 모두가 노동자들의 편이 아니기에 기업들은 노동자들의 요구를 들어주기보다는 노동자들이 무력해질 때까지 버틴다.

노동자들도 쉽게 포기할 수 없다. 재계서열 200위 이내에 드는 콜트-콜텍 회장이 돈을 더 벌려고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노동자들을 해고하는데 이것을 인정할 수 있을까. 재능자본이 이미 맺은 단체협약을 ‘너희는 노동자가 아니다’는 이유로 파기하고 조합원만 골라서 해고하는데 노동자들이 과연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회계조작과 국가폭력으로 억지 정리해고를 만들어 내고 24명이 목숨을 잃어 가는데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어떻게 이것을 운명으로 여길 수 있을까.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용역깡패를 고용하고 금융의 공공성을 뒤흔들고 있는 자본을 뻔히 보면서 파업을 멈출 수 있겠는가. 노동자들은 정당하기 때문에, 억울하기 때문에 투쟁을 멈출 수 없고 기업들은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니까 투쟁이 길어진다.

그런데 파업을 하거나 투쟁을 하게 되면 임금을 받을 수 없다. 지금 사회에서 임금을 받지 못한 채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멀어지고, 삶이 파괴된다. 그러니 아무리 정당한 싸움이라고 하더라도 버티지 못한 채 투쟁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 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파업은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불공정한 룰 위에 있다. 그러나 노동소득분배율은 나날이 떨어지고, 50%가 넘는 이들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안전시설을 하지 않아 노동자들이 산재로 죽어 가고, 최저임금을 못 받는 노동자들이 200만명이고, 노조파괴 전문업체가 등장하고, 폭력과 해고가 만연한 사회에서 파업이 없고 투쟁이 없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 이제 노동자들이 무력해질 때까지 버티기만 하면 된다고 믿는 기업들에게 경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방법을 사무금융노조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 노동자들이 보여 주고 있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의 파업투쟁이 9월4일이면 500일이 된다. 참으로 긴 시간을 싸워 왔다. 회삿돈을 마음대로 빼내 가려다 노조가 걸림돌이 되자 노조파괴 전문업체인 창조컨설팅을 동원해 노조파괴 공작을 한 이상준 회장에 맞서 싸운 날들이다. 단 한 푼의 임금도 받지 못한 채 이를 악물고 버틴 날들이다. 그러나 질 수 없는 싸움이다. 노조파괴라는 극단의 공격에 맞서 민주노조를 지켜야 한다는 소박한 사명, 금융회사를 사금고처럼 만드는 것에 맞서 금융의 공공성을 지켜야 한다는 간절한 의지로 희생을 감내하며 전 조합원들이 흔들리지 않고 500일 가까이 버텼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노동자들은 함께 울고 웃으며 응원해 온 이들의 연대의 힘으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이제 골든브릿지 노동자들은 연대해 준 많은 이들에게 호소한다. ‘자본주의 돈의 논리에 굴복하지 않도록, 더 버티면서 싸울 수 있도록’ 함께해 달라고 한다. 그러기 위해 ‘희망나눔채권’을 발매한다. 채권수익을 통해 마음껏 싸우고 투쟁에서 승리해서 다시 환원하겠다고 이야기한다. 지금까지는 투쟁하는 이들이 생계의 고통을 스스로 감내해 왔지만 이제는 고통을 함께 나눠 보자. 그래서 제대로 버티는 힘을 만들어 보자. 이자수익률 0원인 채권이지만 채권을 구매하는 많은 이들은 ‘금융 공공성을 지키고 노조파괴를 막는’ 더 큰 희망을 선물로 받게 될 것이다.

희망나눔채권이라는 작은 시도를 통해 우리가 투쟁하는 이들의 생계의 고통을 함께 짊어질 수 있다면,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만이 아니라 다른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도 이러한 연대를 시작해 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노동자들이 생계의 고통 때문에 스스로 무너지기를 바라며 버티고 있는 기업들에게 제대로 된 경고를 할 수 있다. 생계의 고통으로 파업의 현장을 떠나는 이들에게 다시 따뜻한 손을 내밀 수 있다. 파업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왜곡되고 잘못된 질서에 순응해 버리는 이들에게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을 줄 수 있다. 새로운 연대를 만들어 나가는 희망나눔채권에 동참하자.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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