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겉돌고 있다. 새누리당이 해당 사건을 국정원 직원 감금사건으로 규정하면서 논점을 희석시키고 있는 데다, 국정조사 증인들이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조사특위는 지난 16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출석시킨 가운데 증인청문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은 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거부하는가 하면, 불리한 질문에는 묵비권을 행사하는 등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

김 전 청장은 이날 오전 청문회 시작에 맞춰 출석한 반면 금품수수 혐의로 수감 중인 원 전 원장은 오후에 출석했다.

김 전 청장은 국정원 사건에 대한 검찰의 공소내용을 전면 부인하며 "(국정원 댓글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경찰 수사결과 발표를) 허위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재판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며 "검찰 공소장 전체 내용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민기 민주당 의원은 경찰의 국정원 댓글 사건 중간 수사결과 발표 전날인 지난해 12월15일 김 전 청장이 수사결과 축소 관련 회의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12월15일 당일 청와대 인근식당에서 점심식사를 겸한 회의를 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김 전 청장은 "누구와 점심을 먹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며 "모의를 했다는 건 결코 아니다"고 피해 갔다.

야당의 공세에 모르쇠로 일관하던 김 전 청장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민주당의 감금이 맞느냐"고 묻자 "당시 충분히 (감금이) 된다고 보고받았다"고 답했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 댓글 활동에 대해 "노무현 정부 때도 국정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의 사안에서 홍보성 댓글작업을 했다"며 "방첩활동의 일환으로 국정원의 사이버 활동은 굉장히 중요하고 댓글을 단 것은 대공심리전 차원일 뿐"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국정조사특위는 19일과 21일 증인청문회를 개최한다. 국정원 직원 감금 관련 인사와 국정원 관계자 등 27명이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국가기관 정치개입 사건으로 규정한 야당과 이를 방어하는 여당의 정치공방이 되풀이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