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지난 8일 철도공사의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합동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위법성과 한미FTA 위반 등 갖가지 논란에다 철도 민영화 반대 목소리에도 '마이웨이'를 외치는 모양새다.

국토부는 국토부 철도국장과 철도공사 경영총괄본부장을 공동단장으로 하는 30여명 규모의 TF를 구성했다. 수서발 KTX 운영사 설립 논의에도 착수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9일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TF와는 별도로 노동계와 노정실무협의를 하는 등 대화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대화를 하자면서 국회·국민을 무시한 채 막무가내로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해소되지 않은 위법 논란=이들은 철도산업 전반을 개편하는 국가적 사안이 합당한 여론수렴 과정 없이 졸속 진행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당장 철도산업발전기본법과 한미FTA의 철도산업 보호조항과 충돌한다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법제처 해석만을 가지고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21조(철도 운영)는 철도운영 관련 사업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철도공사를 설립한다고 명시돼 있다. 다시 말해 수서발 KTX 운영을 위한 별도법인을 세우려면 철도산업기본법을 개정하거나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민간 투자건설 노선에 대한 한시적 운영권을 부여한다"는 철도사업법 제5조의 '면허' 조항을 신규사업자 도입근거로 삼고 있다. "철도운영 관련 사업은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경쟁이 허용되며, 철도공사가 독점적으로 철도운영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까지 들이밀고 있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객원연구위원은 "철도산업의 기본 골격을 다루고 있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운영 관련 자산은 철도공사 책임이라고 명시된 사실은 은폐한 채 법제처 해석만으로 법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비판했다.

◇외국 투기자본 막을 방법 없어=한미FTA 철도산업 보호조항과의 충돌 여부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한미FTA는 철도산업 보호조항에서 2005년 6월30일 이전에 건설된 노선에 대해서는 철도공사의 독점을 운영을 보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철도 개방을 유보한 셈이다.

그런데 수서발 KTX 노선은 2005년 6월30일 이전에 건설된 평택~동대구 구간을 포함하고 있다. 수서발 KTX 노선을 별도의 출자회사가 운영할 경우 해외자본 진입장벽이 허물어져 독점운영 조항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토부는 "2005년 6월30일 이전에 건설된 노선에 대한 유보조항은 해당 노선을 미국에 개방할 수 없도록 한 것이지, 국내 자본이나 사업자에 대한 면허부여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수서발 KTX 운영사 지분의 70%를 차지할 공공자금이 100% 민간에 팔리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성립된다.

수서발 KTX 운영사가 설립되고 주식이 발행될 경우 언제든지 민간자본이 들어올 수 있다. 이영수 박사(부경대 경제학부)는 "정부 입김이 강한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은 정부 명령에 따라 이사회나 주총에서 쉽게 매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서발 KTX 운영사에 민간지분 규모가 커지면 외국 투기자본의 진입을 배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박흥수 연구위원은 인천공항 민영화 추진 과정에 연계된 맥쿼리인프라를 지목하면서 "외국 투기자본에 주식이 매각돼 법인 자체가 민간기업 성격을 띠게 되면 정부가 제어할 수단이 없다"며 "미국이 이런 문제를 제기하면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한미FTA 협정의 유보조항 철회에 해당하는 사안을 국회의 동의 없이 진행하는 것에 대한 위법성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은 철도 민영화를 둘러싼 법률적 쟁점을 검토한 보고서에서 "유보조항에 유보돼 있는 서비스에 대한 시장개방은 유보조항 철회행위에 해당하며, 행정부가 독자적으로 한 유보 철회는 국회 동의권·입법권을 명백하게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국토부가 노정 실무협의다 뭐다 해서 겉으로 대화를 하겠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대화제의가 들어온 적은 없다"며 "정부는 막무가내식 추진을 중단하고 국회와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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