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혜정 기자

"환경미화 업종은 나이가 70을 넘든 80을 넘든 건강상 문제가 없고, 일할 마음만 있으면 계속 일할 수 있는 직종 아닌가요. 그런데도 65세까지만 일하라고 하니까 섭섭하죠."

서울시립대 청소노동자 중 최고령자인 윤춘길(72)씨는 또래 노동자 중에서도 건강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럽다. 지난 2002년부터 시립대에서 청소일을 한 윤씨는 그동안 나이로 인해 청소에 어려움을 겪었던 적은 없다고 했다. 일흔이 넘은 지금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이 즐겁기만 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서울시 2차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이 시립대에 적용·시행되면서 윤씨는 걱정이 늘기 시작했다. 대책에 따르면 시립대 청소노동자 63명은 연령과 관계없이 2014년까지만 고용을 보장받는다. 문제는 2015년부터다. 그해부터 서울시 규정에 따라 정년 65세 이하 노동자는 공무직으로 전환되지만 정년이 초과한 노동자는 퇴직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서울시립대분회(분회장 윤세현)는 "현재 근무하는 청소노동자들은 청소업계 통상 정년인 70세까지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분회에 따르면 2015년에는 63명의 노동자 중 24명이 해고된다.

서경지부와 분회는 11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비정규직 대책이 시립대 청소노동자들에게는 악몽이 됐다"며 "현재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의 정년을 70세까지 보장해 달라"고 촉구했다. 윤세현 분회장은 "서울시도 최근 고령노동자 취업을 위한 각종 공익사업을 벌이고 있으면서, 우리한테는 왜 65세 정년을 강제로 적용하느냐"며 "청소는 나이와 상관없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1·2차 서울시 비정규직 대책은 전향적인 방안임에는 틀림없지만 시립대 사례에서 보듯 65세 정년 조항이 대량해고로 이어지게 됐다"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수덕 서울시 일자리정책팀장은 "2차 비정규직 대책을 마련하면서 청소노동자들의 통상정년·고용보험·연금수령 시점을 고려해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고, 2015년까지 2년 유예까지 했다"며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불가피하게 정년 규정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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