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과 한국경총·고용노동부가 지난달 29일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가동한 지 한 달 만에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노사정 일자리 협약'을 내놓았다.

이번 협약은 저성장 시대에 고용확대를 위해 노사정이 선제적인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반면에 임금피크제를 비롯해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 등 임금유연화 논의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30일 노사정에 따르면 일자리 협약이 발표되기 직전까지 쟁점이 됐던 것은 고임금 임직원의 임금인상분 일정부분을 재원으로 비정규직과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자는 내용이었다. 정부는 합의문에 예시로 고임금 노동자의 임금인상분의 1%를 명시하자고 주장했고, 노사는 반발했다. 결국 합의문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명시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됐다.

협약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임금에 관한 부분이다. 2009년 노사민정 합의를 비롯해 과거의 노사정 대타협이 경제위기 국면에서 노사가 고용과 임금을 맞바꾸는 성격의 합의였다면 이번 협약은 일자리는 늘리고 임금은 유연하게 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노사가 합의한 내용 중 △임직원의 임금안정을 통해 청년층 채용여건 마련 △60세 정년제 시행에 따른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해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편에 협력 △정부는 정책을 일자리 친화적인 방향으로 유도하고 고소득·고령노동자에 대한 고용규제 완화 등이 대표적이다. 노사정은 또 직무성과중심 임금체계와 임금구조 단순화를 위해 단체교섭과 취업규칙 개정에 협력하기로 하는 한편 임금직무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날 발표된 일자리 협약과 관련해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본부장은 "일자리 창출 방향과 원칙이 담겨 있기 때문에 의미 있는 합의"라면서도 "땜질 처방으로 유지해 온 구시대적 노동시장 시스템을 개편할 수 있도록 하부단위에서 세부과제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공론화 과정에 관한 지적도 나온다. 박태주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민주노총이 빠져 반쪽짜리 노사정 협약인 데다, 공론화 과정이 없어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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