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 기자

"대법원이 전원합의체에서 통상임금을 다루더라도 과거로 회귀할 가능성은 없다. 법원이 95년 임금이분설을 폐기한 후 판결은 일관되게 진화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이 통상임금 관련 재판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판결을 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노동법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국노총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주최한 '통상임금 관련 법률해석의 올바른 정립과 임금체계의 개선방향' 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목소리가 높았다. 이철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상임금이 어려운 숙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미래질서를 이야기하면서 과거의 압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며 "경제부처 수장이나 대통령이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는 발언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통상임금 범위와 관련해 판례법리와 행정해석 모두 지급형태적 측면에서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판단요소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다"며 "반면 소정근로의 대가를 놓고 판례는 임금일체설의 입장에서, 노동부 예규는 임금이분설에 기초해서 판단해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게 복리후생비다.

상여금 덩치 크다고 판례 바꾼다?

이 교수는 이어 "통상임금 판례법리의 변화를 보고 궤적을 읽는다면 미래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며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은 고정성에 대한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사용자의 임금유연화 전략에 따라 고정적인 임금을 마치 비고정적으로 지급하는 것처럼 수식어를 다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5일 만근시에만 승무수당을 지급한다"고 하면 겉으로는 마치 가변수당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정적인 임금에 해당한다. 이 교수는 "법원 판례가 임금이분설로 회귀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관건은 고정성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홍영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대법원이 전원합의 판결로 고정성을 세밀하게 정할 수는 있지만 지난해 금아리무진 판결을 되돌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판례는 임금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진화했다. 그는 다만 "정기상여금의 경우 덩치가 크니까 사회적 논란이 되는 것인데 덩치가 크다고 판례를 바꾼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통상임금 해법은?

이철수 교수는 "통상임금 소송 경향을 보면 대단히 열악한 운수업체 아니면 연봉 9천만원의 대기업 사업장에 집중되고 있는데 법리적으로는 같은 통상임금 문제지만 정치적 파장은 전혀 다르다"며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노동계가 고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홍영 교수는 "통상임금을 노사정 합의에서 다루는 것은 맞지 않다"며 "규범력을 가진 산별 혹은 지역별 협약을 통해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통상임금 산정방식 바뀌면 세수·일자리 늘어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통상임금 산정방식이 정상화되면 세수가 늘고 일자리도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법원 판례대로 통상임금 산정방식이 바뀌면 기업의 노동비용이 21조9천억원 증가한다. 여기에는 기업이 부담할 사회보험료 1조7천억원도 포함돼 있다. 마찬가지로 사회보험 가입자인 노동자의 보험료도 1조4천억원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사회보험료 수입이 현재보다 3조원가량 증가한다.

노동자 수입이 늘어나면 근로소득세를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김 연구위원은 "기업의 추가 노동비용 20조2천억원에 세율 15%를 적용하면 근로소득세 추가 납부액은 3조원 규모"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업의 노동비용 증가에 따라 연장근로가 줄어들면 일자리 나누기 효과도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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