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노동조합(금융노조 외환은행지부)은 국내 최대·최장기 투쟁사업장이다. 8천여명의 전 직원이 참여하는 대규모 투쟁을 2006년 10개월, 2010년 11월 이후 1년3개월 동안 진행했다. 론스타 불법매각의 진상을 규명하고, 외환은행의 행명과 정체성·국내외 영업망·직원고용을 지켜 내기 위한 투쟁이었다. 지난해 9~11월에는 IT·신용카드·해외법인 통합 반대, 올해 2~3월에는 상장폐지 반대를 내건 투쟁을 벌였다. 가히 ‘론스타와의 10년 전쟁’이라고 할 만하다.

이 기간 외환노조는 끈질긴 투쟁력과 단결력을 보여 줬다. 웬만한 은행노조는 1년에 한 번 하기도 힘든 4천명의 이상의 대규모 집회를 2011년 투쟁 때만(1년3개월) 20차례 개최했다. 300명 이상 규모 집회는 연간 100차례를 웃돌았다. 올해 투쟁에서도 ‘강제주식교환’ 공시가 뜬 다음날인 1월29일 하나금융지주 앞에 본점직원 1천여명이 모였다. 이어 2월15일 4천여명(수도권), 3월9일 6천여명(전국)이 집결할 정도로 준비된 투쟁태세를 보였다. 이런 현장 투쟁력을 기반으로 노조 집행부는 법률투쟁과 여론투쟁, 직원들은 선전전과 1인 시위 등을 날마다 진행했다.

특히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100만인 서명’을 두 차례나 달성했다. 전 직원이 번갈아 연차휴가를 내고 서울로 집결해 집회와 선전전을 진행하는 릴레이 연가투쟁을 최초로 창안하기도 했다. 릴레이 연가투쟁은 5차례 진행했다. 참여연대와 민변·민교협·투기자본감시센터 등 시민단체와도 지속적인 연대관계를 유지했다.

이런 투쟁의 결과 2011년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는 성과를 거뒀다. 비록 론스타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2·17 노사정 합의’를 통해 외환은행의 행명과 조직·고용 등 5년간 독립경영 보장을 이끌어 냈다. 올해는 금융위원장이 인사청문회에서 "독립경영 합의는 지켜져야 하며, 향후 4년간 신청이 있더라도 합병승인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확인하기도 했다.

현재 외환노조는 행내외 상황을 이유로 투쟁을 일시 중단하고 영업점 분회순방과 임단협, 노사협의회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든 전면투쟁에 나설 수 있는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투쟁중단을 확인한 3월26일 임시대의원대회는 파업을 포함한 향후 투쟁방향을 위원장에게 위임하는 한편 제5차 투쟁기금 모금의 시기와 규모를 집행부에 위임했다. 하나지주가 합의를 지킨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곧바로 투쟁에 나선다는 것이 외환지부의 입장이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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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합의 깨면 곧바로 투쟁"

김기철 금융노조 외환은행지부 위원장

- 길고 힘든 투쟁을 했다. 투쟁동력이 어디에서 나왔다고 생각하나.

“노동조합에 대한 직원들의 믿음과 동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민단체와 국회를 포함해 많은 분들이 도움을 줬다. 중요한 것은 10여년간 외환은행이 부실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외국환·무역금융·해외영업 등 핵심 분야는 물론이고 전체적인 수익력과 건전성에서 국내 최고를 유지해 왔다. 그럼에도 ‘매물신세’로 온갖 굴욕과 수모를 당했다. 열심히 일하고도 외환은행의 미래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울분이 직원들의 가슴에 맺혀 있다. 그것이 투쟁동력으로 전환된 것이다.”

- 앞으로 활동방향은.

“모든 것이 지주사 경영진에 달려 있다. 합의만 지키면 아무 문제가 없다. 5년간 독립경영을 합의했으면 지키면 된다. 합의를 지켜야 한다고 국회와 금융당국도 확인했다. 외환은행의 실질적인 독립경영을 보장하는 것은 지주사에도 이익이 된다. 한 번 더 합의를 깨는 순간 서로 돌아갈 곳은 없다. 항상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 시민단체의 법률투쟁이 잇따르고 있는데.

“일방적인 상장폐지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분노가 크다. 외환은행을 하나지주에 넘겨주려고 론스타 사건을 졸속 처리한 데 대한 시민단체들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외환은행에 도움이 된다면 함께할 것이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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