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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기업살인법 제정 후 변화 살펴보니] 기업 연매출액 능가하는 벌금 부과 … 사망만인률 감소추세안전불감증 넘어 '산재=기업의 범죄행위' 인식 확산해야

4월28일이면 전 세계에서 산재사망 노동자를 추모하는 촛불을 켠다. <매일노동뉴스>는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2003년부터 추진 중인 기업살인특별법 제정 논의를 점검하고, 앞으로의 전망을 살펴본다. 네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매일노동뉴스 자료사진


"전근대적이고, 반복적인 산재사망의 가장 큰 원인은 새털 보다 가벼운 처벌이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의 말이다.

23일 노동계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해 경복궁 미술관 폭발화재사고로 4명의 노동자 사망하고 14명이 다친 GS건설에 부과된 벌금은 200만원에 불과했다. 같은해 이마트에서 4명의 노동자가 질식사한 사고의 경우 이마트는 고작 벌금 100만원을 내는 데 그쳤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 노동자 1명이 사망한 사고에 7억원에 가까운 벌금을 부과하는 등 엄중하게 처벌한다. 이런 차이는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연 매출액의 250% 벌금 부과한 영국

"벌금 때문에 회사가 파산한다해도 이것은 불행하지만 필연적인 결과다."

2011년 영국에서 기업살인법의 첫 유죄판결을 내린 판사의 말이다. 2008년 지질환경측정회사에서 근무하는 노동자가 시험광구에서 샘플을 채취하다 웅덩이에 빠져 사망하자 영국 법원은 기업살인법을 적용해 38만5천파운드(우리돈 7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 회사의 연매출 250%에 달하는 액수였다.

2007년 제정된 영국의 기업살인법은 벌금의 하한(50만파운드)은 있어도 상한은 없다. 벌금액수가 징벌적이어야 하고 회사에 영향을 주기에 충분해야 한다는 원칙때문이다.

영국에서 기업살인법에 의해 두 번째로 적용된 돼지사육 노동자 산재사망 사고도 이런 원칙이 적용됐다. 북아일랜드 돼지농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리프트위에서 떨어진 철제 휴지통에 맞아 사망한 사고에 영국 법원은 18만7천500파운드(우리돈 3억2천여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 회사의 연매출액은 100만파운드 수준이다. 또 세 번째 기소 사건인 철강장비회사 노동자의 추락사의 경우 이사 3명이 기소됐는데 회사가 기업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해 기소는 취하되고, 대신 48만파운드 벌금형이 선고됐다. 판사는 이사들이 혐의를 인정한 점을 고려해 60만파운드 벌금을 20% 감액하고, 회사의 경제사정을 감안해 3년간 분할 지급하도록 했다. 현재 영국 법정에서는 기업살인법에 의한 네 번째 기소사건이 다뤄지고 있다.

2007년에도 우리나라의 14분의 1 수준이었던 영국의 사망만인률은 기업살인법 제정이후 감소추세가 뚜렷하다. 영국 안전보건청에 따르면 2007년 0.07명 수준이었던 사망만인률은 008년 0.06명으로 감소한 후 2009년에는 0.04명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산재 기업에 직접적 형사책임 물어야

영국의 기업살인법이 주목받는 이유는 높은 벌금액수 때문만은 아니다.

심재진 대구대 교수(법학)는 "영국의 기업살인법이 등장한 배경은 벌금액수가 낮아서거나 원청 사업주를 처벌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산재사고를 산업안전보건법상으로 규율할 경우 진정한 범죄로 인식되지 않는 법문화적인 고려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산재를 기업의 범죄행위로 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중대재해가 터져 수십명의 노동자가 죽어도 기껏해야 기업의 부주의 '안전불감증'을 문제삼는 풍토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캐나다의 경우도 산업재해를 기업범죄로 처벌하고 있다. 캐나다의 기업살인법(단체의 형사책임에 대한 형법 개정안)은 2003년 11월 제정됐다. 이 법은 기업의 경영자나 관리자의 부주의로 산재사고가 발생한 경우 기업을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만든 것이 핵심이다. 이 법의 제정 이전에는 최고관리자가 '범죄의 의도'를 가지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어야 범죄로 성립돼 처벌받았다.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안전조치)도 사업주를 의무이행의 주체로 보고 있어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러나 형법은 법인인 사업주에 직접적인 책임을 묻지 않는다. 다만 산업안전보건법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에 벌금형만 부과할 뿐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이 추진 중인 '산재사망 처벌강화 특별법 제정'은 산재사고를 기업의 범죄행위로 인식하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회는 민주노총 주최 '산재사망 처벌강화 및 원청사업주의 책임강화 법 제정 국회 토론회' 지상중계 입니다.>

김미영  ming2@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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