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4월28일이면 전 세계에서 산재사망 노동자를 추모하는 촛불을 켠다. <매일노동뉴스>는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2003년부터 추진 중인 기업살인특별법 제정 논의를 점검하고, 앞으로의 전망을 살펴본다. 네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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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예방을 위해 투자하는 비용이 산재사망 사고가 일어나 치르는 비용보다 적다면 기업들이 어떤 선택을 할까요.”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2000년 이후 발생한 20건의 산재사망사고 처벌 결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원청업체에 부과된 벌금액은 최대 3천만원에 그쳤다. 대부분 1천만원 수준이었다.

원청업체 대표의 경우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처벌받은 경우는 없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로 처벌받은 경우도 2010년 발생한 경남 통영 삼호조선소 산재사망 사고(3명 사망·부상 1명)만 유일했다. 하청업체 대표나 현장소장은 산안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긴 했지만 벌금액수가 대부분 100만원을 넘지 않았다.

24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민주노총이 주최한 ‘산재사망 처벌 및 원청 책임강화 법 개정 방안 토론회’에서 강문대 변호사(법률사무소 로그)는 “현행법은 중대한 산재사망 사고가 발생해도 원청업체든 하청업체든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처벌하지 않고 산안법상 양벌규정에 의해 벌금형으로만 처벌하는데 그 액수가 지나치게 낮다”며 “산재사고가 무리하게 비용을 줄여 이득을 늘리는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현재 처벌수준으로는 기업들이 산재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강 변호사는 이어 "산안법으로 원청을 처벌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원청에 대해 실질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산안법은 산재사망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제정한 법인 데다, 처벌조항도 개인(행위자)에 국한된다는 설명이다. 산재사망 책임을 묻기 위해 형법의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적용할 수 있지만 산재사고 외 교통사고나 의료사고 같이 다른 사고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처벌조항을 일률적으로 강화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와 관련해 강 변호사는 기업살인특별법으로 불리는 (가칭)산업재해범죄 단속 및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산업재해범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개된 산업재해범죄법 제정안에 따르면 산재가 발생한 경우 원청 경영책임자를 처벌하고, 상한선을 명시한 가중처벌 조항을 적용하도록 했다. 예컨대 사망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거나, 사망자가 1명 이상이면 3년 이상 징역 또는 5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특별법의 적용범위를 사업장 내 근로자나 그 외 노무제공자로 확대해 특수고용직과 도급·용역 노동자의 산재사망도 원청이 책임을 지도록 했다. 특히 법인인 사업주에게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적용되지 않는 현행법의 맹점을 해결하고 미미한 처벌규정을 실효성 있게 개선하기 위해 산안법 위반으로 산재사망 사고를 일으킨 법인(사업주)은 최대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밖에도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나 영업정지, 해당사업 허가·면허 취소 같은 행정제재를 취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하청 산재사고의 원청 책임강화를 위한 법 개정방안'을 발제한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은 “고용노동부가 최근 원청의 안전보건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산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여전히 빠져나갈 구멍이 많아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에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노동부는 개정안에서 안전보건총괄책임자를 원청에서 지정하도록 의무화했지만 대상사업을 제조업 등 7개 업종으로 제한했다. 또한 원도급인(발주처)에게 산재예방조치 의무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여수산단 대림산업 폭발사고에서 나타났듯이 건설플랜트 노동자를 보호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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