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만정
민주노총
충남본부장

한반도에 전쟁의 먹구름이 한 달 넘도록 걷히지 않고 있다. 미군은 남한군과 함께 키리졸브, 독수리라는 이름의 가상전쟁훈련을 벌이고 있다. 북한군은 국가급 군사훈련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미군은 이례적으로 핵무기 공격이 가능하다는 전략폭격기 B-52, B-2 폭격기, 스텔스전투기 F-22, 핵잠수함 훈련을 공개했다. 북한군은 핵선제타격권을 주장하며 괌의 미군기지까지 타격할 수 있는 무수단이란 미사일을 발사할 준비를 마쳤다고 한다. 남에서 유사시 개성공단의 인질 구출작전을 언급하자 북은 개성공단 출입을 제한하고 북한 노동자들을 철수시켰다.

처음엔 ‘설마 전쟁이야 나겠어? 저러다 또 말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갈수록 긴장이 격화되자 이제는 일반 국민들도 피부로 불안을 느끼고 있다. 주식시장은 외국인들이 주식 매도를 주도하자 주가가 하락했다. GM회장은 긴장이 심화되면 한국에 있는 생산기지 이전도 고려한다고 밝혀 충격을 주었다. 외국에 살고 있는 지인들에게 ‘한국, 진짜 괜찮냐?’는 전화를 받았단 사람도 여럿이고 내가 살고 있는 충청도 시골 동네 촌부들도 ‘미국인들이 피난계획을 세웠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을 정도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미국과 남한은 북한에 조건부 대화를 제의했지만 북한은 무의미하다며 일단 거부한 상황이다.

“북한과 남한, 미국 사이에 전쟁이 일어날까요?” 얼마 전 교육에 참여한 50명 가까운 간부들에게 질문했다. 한두 사람이 “나지 않는다”고 대답할 뿐, 대부분 대답을 하지 못했다. “북한과 미국이 전쟁하면 어디가 이길까요?”라고 묻자 농담으로 들렸는지 한두 사람이 “북한이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아마 축구경기와 달리 가상이지만 전쟁이란 설정에 황당했는지, 대답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북한이 이길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듯했다. 내친 김에 하나 더 물었다. “미국의 핵무기는 몇 개라고 알려져 있죠? 그리고 북한에는 핵무기가 몇 개나 있을까요?” 이런저런 의견도 있었지만 미국은 만개 내외이고 북한은 십여 개 정도라는 언론보도가 신빙성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다시 물었다. “핵무기 개수가 1천배 차이인 미국과 북한이 전쟁하면 어디가 이길까요? 남한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고 북한의 핵무기만 선제공격으로 파괴할 수 있을까요? 북한이 핵무기를 휴전선에 배치한다면 선제파괴가 가능할까요?” 그리고 말을 이어나갔다. 전쟁이 나고 미사일이 왔다 갔다 하면 임금인상 투쟁이나 근로조건 개선 투쟁은 물 건너간다고 봐야합니다. 법률적으론 파업도 가능하겠지만 실제로 단행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노조운동은 전쟁을 반대합니다.

국가가 중요하다고요? 북한의 위협에 굴복할 수 없으니 우리도 전쟁을 불사해야 한다고요? 그런 말은 보통 애국으로 포장돼 있지만 실은 반노동자적인 얘기입니다. 왜냐고요? 전쟁이 나면 전장에서 죽어나가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어느 나라나 힘없는 노동자들이기 때문입니다. 고위층이나 재벌들은 군대에 가지 않고 자식들도 보내지 않는 풍토입니다. 전쟁을 통해서 돈 버는 자들이 대체로 전쟁을 선호합니다. 우리 노조운동은 노동자의 생명을 지켜야 합니다.

군사비나 군사력이나 미국과 남한이 북한보다 아주 월등하게 우세합니다. 하지만 핵무기는 그 가공할 파괴력 때문에 핵전쟁을 실제 벌이기 어려워 강력한 전쟁의 억지력으로 작용합니다.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이어진다면 핵전쟁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남북한은 승패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모두 쑥대밭이 될 것입니다. 전쟁은 우리 강산을 폐허로 만들고 주변 강국만 좋은 일 시켜주는 꼴입니다. 따라서 노조운동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무조건 반대합니다.

한국전쟁이 중단된 지 60년 됐습니다. 한반도를 강점한 일본제국주의는 퇴각 후 5년 만에 한국전쟁으로 부흥을 하고 물러간 지 25년 만에 남한과 수교했습니다. 일제는 아직도 북한에 식민 지배에 대해 배상도 하지 않았습니다. 임진왜란 이후 왜국과 조선도 20년도 지나지 않아 조선통신사가 내왕했습니다. 전범국가로 분단됐던 독일이 통일되고 냉전이 해체된 지도 벌써 20년이 훨씬 지났습니다. 한반도는 왜 아직도 전쟁의 먹구름에 휩싸여 있을까요? 오직 북한만의 잘못인가요?

남북을 포함해 미국을 비롯한 어떤 세력도 군사적 긴장을 격화시키는 행위를 당장 멈춰야 합니다. 북미 간에 불가침협정, 평화협정이 속히 체결되고 북일수교가 이뤄져야 합니다. 한반도의 비핵화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핵무기는 철폐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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