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한 초등학교에서 조리원으로 근무하는 A씨는 이달 초 학교와 재계약을 하다가 속이 뒤집히는 소리를 들었다. 학교는 A씨에게 “다음 달 급여부터 점심값을 제하고 지급하겠다”고 알려왔다. A씨는 “박봉을 참고 밥을 하는 사람들에게 밥값을 떼가겠다는 것인데 해도해도 너무한다”고 토로했다.

21일 학교비정규직 대구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대구지역 초·중·고등학교는 올해 새 학기를 맞아 다음달부터 급식실에서 일하는 영양사·조리사·조리원들의 점심값을 임금에서 원천 징수할 예정이다.

대책위는 대구지역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소속돼 있는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대구지역본부·공공운수노조 전회련학교비정규직 대구본부·전국여성노조 대구경북지부 등이 만든 기구다.

대책위는 급식 이후 남은 잔반이 대부분 음식물쓰레기로 처리되는 상황에서 급식 노동자들의 식비를 급여에서 제하는 것은 “비인간직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박희은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비정규사업국장은 “대구지역 학교 조리원의 급여가 월 100만원 수준인 상황에서 매일 점심값을 떼겠다는 것은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의 열악한 임금에서 운영비를 확보하겠다는 상식이하의 태도”라고 말했다.

일부 학교에선 급식실 근무자들이 도시락을 싸오겠다고 하자 사유서 제출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위는 이들 학교의 방침이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도록 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제43조)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책위는 새학기 들어 대구지역 학교가 일제히 중식비 원천징수에 나섰다는 점에서 관할 교육청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책위 관계자는 “대구교육청 행정·회계과와 면담을 갖고 중식비 원천징수 문제를 포함해 학교비정규직 처우개선과 관련한 여러 정책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할 것”이라며 “교육청의 대응을 보고 향후 투쟁계획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급식 노동자들의 임금과 관련한 사항들은 전적으로 학교장 소관이라 어떤 관여도 하지 않았다”며 “그동안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하는 학부모로부터 문제제기도 있었는데 이로 인한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