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20일 과천시민회관에서 열린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선거관리위원들이 임원선거 파행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민주노총 위원장·사무총장 선거가 성원부족으로 무산되면서 향후 대책을 놓고 혼란이 예상된다.

이른 시일 안에 대책을 세우지 못할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여간 지속되고 있는 지도부 공백사태가 장기화됨은 물론 내부갈등도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일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이갑용 후보조에 대한 자격을 놓고 민주노총 내부 이견이 첨예한 상황이어서 대책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

◇양성윤 직무대행 체제=성원부족으로 위원장·사무총장을 선출하지 못한 민주노총은 양성윤 부위원장을 위원장 직무대행으로 선출했다고 21일 밝혔다. 사무총장격인 집행위원장은 이상진 부위원장이 맡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26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소집해 위원장·사무총장 미선출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20일 과천시민회관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임원선거를 진행한 결과 2차 투표 직전 성원부족으로 유회를 선언했다. 1차 투표에서 기호 1번 이갑용-강진수(위원장-사무총장) 후보조는 투표에 참여한 대의원 570명 중 47.7%인 272표를 얻었다. 기호 2번 백석근-전병덕 후보조는 45.3%인 258표를 받아 두 후보조 모두 과반수 지지를 받지 못했다.

그런데 1차 투표에서 1위를 한 이갑용 후보조에 대해 찬반을 묻는 2차 투표 직전, 의결정족수(460명)에 한참 부족한 268명의 대의원만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대회 유회가 선언됐다.

◇논쟁의 쟁점=민주노총 내 논란의 핵심은 이갑용 후보조가 후보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다.

민주노총 선거관리규정에 대한 내부 유권해석에 따르면 위원장·사무총장 후보조가 2팀일 경우 1차 투표에서 두 후보조 모두 과반수 지지를 받지 못하면 2차 투표에는 다득표자에 대해서만 찬반투표를 묻게 돼 있다. 그러고도 과반수 지지가 없으면 선거는 무산되고 두 후보조 모두 재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고 간주한다. 여기까지는 민주노총 내에 이견이 없다.

문제는 20일 선거에서 1차 다득표자인 이갑용 후보조에 대해 찬반투표조차 진행되지 못한 점이다. 지금까지 민주노총 임원선거에서 유례없는 일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내에서는 “임시대의원대회가 유회됐기 때문에 차기 대회를 소집해 이 후보조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과, “이 후보조가 2차 투표에서 과반수 지지를 받지 못한 것으로 간주해 재선거공고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갈등 심화되나=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선거관리규정에는 정확히 명시된 내용이 없다. 다만 박성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20일 대의원대회에서 임원선출 안건을 다루기 전 “선거성원은 선거인명부 서명으로 성원 정족수를 확인한다. 과반수 이상이 서명하지 않을 경우 선거는 무산되고 재선거를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중선관위 내부에서 합의된 선거관리규정에 대한 유권해석이다.

때문에 중선관위는 20일 2차 투표 직전 선거인명부 서명을 통해 성원을 확인하려 했다. 그러나 “육안으로 봐도 성원이 부족한데 서명은 필요없고 거수를 통해 성원을 확인하자”는 대의원들 주장을 수용했다. 이에 대해 박성현 중선관위장은 “그 자리에서 선거 무산을 선언할 경우 논란이 가중될 것 같아서 좀 더 판단할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내부갈등을 우려해 자체 유권해석과는 다른 결정을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이갑용 후보조에 대한 자격논란은 물론, 20일 민주노총이 대의원대회 유회를 선언한 것에 대한 적법성 논란도 불가피해 보인다.

중선관위는 외부자문 등을 통해 최종 판단을 내릴 계획이다. 어떤 결론을 내려도 내부논란을 피해가기는 쉽지 않다. 선거무산과 재공고로 결론날 경우 1차 투표에서 1위를 한 이갑용 후보측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이 후보조의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는 “20일 밤 당시 투표 부결이 아닌 대의원대회 안건 유회로 보는 분위기가 대부분이었다”며 “선관위가 상식을 벗어난 결정을 하진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논란이 단순히 선거관리규정에 대한 해석뿐 아니라 내부 정치적인 문제로 번졌다”며 문제해결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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