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의 노사관계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11월 2014년형 크루즈 생산후보지에서 한국 군산공장이 탈락한 이후 생산물량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이달 들어 본격화하고 있다.

11일 한국지엠 노사에 따르면 '한국지엠의 미래발전과 고용안정을 위한 특별단체교섭'을 놓고 노사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지부장 민기)는 지난달 22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특단협 요구안을 확정했다. 지부는 "한국지엠이 연구개발과 생산 그리고 부품산업을 포괄하는 종합자동차회사로서의 위상과 발전전망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을 요구안으로 담았다"고 설명했다.

지부는 요구안에서 각 공장별 신차 투입과 신형 엔진·미션 생산 보장을 요구했다. 부평공장은 캡티바·아베오·말리부 후속모델, 군산공장은 크루즈 후속모델을 약속하고, 창원공장에는 스파크 후속모델과 다마스·라보 단종에 따른 신차를 투입하라는 것이다. 지부는 이어 △한국지엠의 연구·개발 기능 확대와 △내수시장 확대를 위한 경쟁력 있는 제품개발 전략 마련 △내수 부품비율 확대를 비롯한 부품사와 혁력관계 강화를 요구했다. 이와 함께 "향후 10년간 정리해고와 공장패쇄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고용안정협약 체결을 촉구했다.

지부가 특단협 요구안을 마련한 것은 지난해 11월 2014년형 크루즈 생산물량이 해외공장으로 넘어가면서 고용불안이 커졌기 때문이다. 쉐보레의 간판 모델인 크루즈는 지난해 9월까지 전 세계에서 56만대가 팔렸는데, 이 중 12%가 군산공장에서 생산됐다. 그런데 2014년형 신차(J400)는 지엠의 유럽법인인 오펠의 폴란드 글리비체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대신 한국지엠은 라세티(J200) 추가 생산과 현재의 크루즈(J300)의 주기연장으로 군산공장의 생산물량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군산공장은 벌써부터 잔업과 특근이 사라지고 생산물량 부족으로 이달에는 이틀간 휴업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물량 부족으로 인한 고용불안이 현실화한 것이다.

사측은 "생산물량 결정은 지엠 본사에서 하기 때문에 한국지엠의 교섭대상이 아니다"는 이유로 지부의 특단협 요구를 거부할 것으로 전해졌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지엠 사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지부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해 "생산차종 투입에 대한 결정은 올 상반기에 집중돼 있다"며 "한국지엠은 그동안 대당 생산비용(CPV)이 '중비용 국가군'에 해당했지만, 통상임금 소송과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에 따른 인건비 증가로 인해 유럽·미국·호주 등과 함께 고비용국가군으로 진입했다"고 말했다. 지부의 요구를 수용할 없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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