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31일 충남교육청 앞에서 노숙농성 중인 우의정 학교비정규직노조 충남세종지부장을 만났다. 우 지부장은 학교비정규직 해고자 고용유지와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지난 17일부터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전말봉 노조 충남세종지부 조직국장이 아내인 우 지부장의 손을 잡고 있다. 학교비정규직노조
해고된 학교비정규직을 대하는 충남교육청의 태도는 완강했다. 31일 오전 충남교육감 면담 결과를 알리기 위해 노조 농성천막으로 향하던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이거 참"이라며 한숨을 연발했다.

충남교육청 직속기관인 충남학생수련원은 지난해 11월30일 수련지도원 8명 중 4명의 비정규직을 해고했다. 1년6개월에서 2년 가까이 근무했던 사람들이었다. 무기계약 전환대상에 포함되기 직전에 해고한 것이다. 해고 이후 수련원은 4명의 비정규직을 신규 채용했다.

수련원은 황당한 해고사유를 제시했다. 민주통합당과 학교비정규직노조 충남세종지부에 따르면 수련원은 "청소년지도사 자격증을 소지하지 않아 해고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자격증 소지 여부는 2011년 채용 당시 응시자격요건에 없었다.

충남세종지부는 이달 2일부터 충남교육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수련원 해고 사태에다 급식실 조리원 130여명과 특수교육실무원 20여명에 대한 대량해고 사태가 겹치자 노조가 투쟁에 나선 것이다. 노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급식실 신규채용 공고와 수련원 채용공고가 나가자 우의정(37) 충남세종지부장은 17일부터 노숙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우 지부장은 수련원 해고 비정규직 4명 중 한 명이다.

우 지부장의 단식농성이 15일째로 접어든 이날 민주통합당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들과 노동대책위원회 위원들이 현장을 찾았다. 유기홍·유은혜·은수미·김광진 민주통합당 의원과 마주 앉은 우 지부장은 "수련원에 신규 채용된 비정규직 중에도 자격증 미소지자가 있다"며 "자격증 문제로 해고된 게 아니라 노조활동을 못마땅하게 여겼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근황을 묻는 질문에 우 지부장은 "8개월 된 아기가 있는데 지금 이 집 갔다가 저 집 갔다가 하면서 지내고 있다"며 "얼마 전 천막에서 '엄마'라고 말한 아이가 너무 보고 싶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전말봉(39) 지부 조직국장은 "충남교육청 직속인 수련원은 교육감을 대신해 채용절차를 대행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해고는 할 수 없다"며 "수련원장은 직권남용으로, 교육감은 직무유기로 고발했다"고 설명했다. 전 국장과 우 지부장은 부부다.

노조로부터 상황 설명을 들은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충남교육청을 찾아 김종성 충남교육감과 김문기 수련원장을 만났다. 의원 4명이 돌아가면서 해고 사태 해결을 주문하며 언성을 높였으나 교육감과 수련원장은 요지부동이었다.

"채용 당시 자격증 요건이 없었는데 이제 와서 해고사유로 자격증 소지 여부를 들고나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설사 자격증으로 문제를 삼고 싶다면 자격증을 딸 수 있는 유예기간이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일방적으로 해고하는 게 말이 되나."

은수미·유기홍 의원이 연이어 질타했다. 그러나 김문기 원장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자격증 미소지자는 외부에서 알게 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자격증은) 사이버로도 딸 수 있었다."

해고철회 여부에 대해서도 그는 "이미 4명을 신규 채용했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 교육감은 면담 내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결국 의원들은 "무기계약직 전환 전에 해고하는 상황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고, 교육청 직속기관에서 발생한 문제"라며 "충남교육감이 용단을 내려서 해결하지 않으면 임시국회에서 집중적으로 사태를 다루겠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의원들로부터 면담 결과를 전해 듣는 내내 우 지부장의 시선은 천막 바닥을 향했다. 옆에 앉은 전 국장이 우 지부장의 손을 움켜쥐었다. 유기홍 의원은 "원장이 너무 완강하더라"며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은수미 의원은 "학교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의 의견이 다르지 않다"며 "임시국회가 열리면 교과위와 환노위에서 동시에 이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약속했다. 의원들은 "혼자 감당하지 말고 같이 가자"며 우 지부장에게 단식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박금자 학교비정규직노조 위원장도 "우리를 믿고 접어 달라"고 호소했다.

"제 복직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정부의 발표만 듣고 학교비정규직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줄 알고 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 우 지부장이 대답했다.

그는 충남교육청이 조리종사원 등 해고자 전원 고용유지와 처우개선을 이행할 경우 단식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충남교육청 농성장을 찾은 의원들은 충남교육청과의 면담에서 수련원장 등이 설명했던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내용에 대해 공문으로 항의하기로 했다. 상경하는 기차 안에서 여야가 2월 임시국회 개원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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