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를 앞두고 매년 1만명의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에 시달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5만명에 이르는 학교비정규직 중 7%가 매년 해고를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13일 학교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에 따르면 학교비정규직 계약해지 실태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집계는 없다. 다만 최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의 주문에 의해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비정규직 계약만료 현황을 조사 중이다.

이시정 공공운수노조 전회련본부 사무처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학교비정규직 고용불안 해결을 위한 긴급토론회'에서 "매년 1만명의 학교비정규직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노현경 인천시의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인천시교육청의 경우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 414명의 학교비정규직이 계약해지됐다.

인천시교육청 소속 기간제 노동자 5천119명의 8%에 해당한다. 이시정 사무처장은 "인천시교육청의 해고실태를 전체 15만 학교비정규직에 대입하면 1만명 이상이 해고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5년간 학교비정규직 급증

학교비정규직은 이명박 정부 5년간 급격히 증가했다. 2008년 8만8천여명이던 학교비정규직은 지난해 15만2천여명으로 늘어났다. 2년 이상 종사한 기간제 노동자는 무기계약 노동자로 전환해야 한다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이 시행된 이후 학교비정규직이 증가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연대회의 관계자는 "학교비정규직 증가의 핵심적 원인은 정규직 교사·공무원으로 채용해야 하는 상시지속적 업무에 비정규 노동자를 반복해서 사용한 결과"라며 "정부가 정원관리와 예산수립 노력을 하지 않는 사이 학교 현장에서 무기계약 회피를 위해 학교비정규직이 잘려 나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학생수 감소·사업변경·무기계약 회피

유기홍·유은혜·박홍근 민주통합당 의원과 정진후 진보정의당 의원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고용불안에 처한 학교비정규 노동자가 직접 참여해 사례발표를 했다. 학교비정규직은 주로 △학생수 감소 △정부의 사업변경 △무기계약 전환 회피 목적 등의 이유로 계약해지를 당하고 있었다.

수도여고에 근무 중인 특수교육보조원 이명숙씨는 학교 5곳에서 6년간 일하면서 6번째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는 "매년 계약만료라는 이유로 저항 한 번 못해 보고 특수교사의 추천서를 받아들고 이 학교 저 학교로 옮겨 다녔다"며 "교육감이 사용자가 돼 특수교사들처럼 순환배치가 될 수 있도록 개선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학생이 13명 줄어든 탓에 해고통보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서울 구룡중에서 일하는 조리종사원은 7명이었는데, 올해 학생 13명이 줄어들면서 6명으로 정원이 조정됐다. 조리종사원 배치기준이 그 이유였다. 예를 들어 학생 150명당 조리종사원 1명이 배치기준일 경우 학생이 600명이면 4명이 정원이지만 학생이 한 명만 줄어들어도 정원이 3명으로 바뀐다.

해당 사례를 소개한 이주니씨는 "학생수 13명이 줄어든다고 일이 엄청 줄어드는 것도 아닌데 사람 1명을 잘라야만 하느냐"며 "7명이 하던 일을 6명이 하게 되면 그 일을 어떻게 다 할지 걱정이 된다"고 하소연했다. 이씨는 해고를 당하고 노조를 통해 교장을 만났더니 "서울시교육청에 가서 교섭을 하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박근혜 당선자 공약 지켜야"

토론자로 나선 유은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약을 내놓은 만큼 국회와 노조가 적극적으로 연대해 공약 이행을 압박해야 한다"며 "국회는 학교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관련법을 연내에 통과시키고, 교육감 직접고용이 이뤄지도록 관련조례 제정작업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대회의는 성명을 통해 "학교비정규직은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소모품이 아니다"며 "교육현장에서부터 차별을 없애야 아이들에게 비정규직 세상을 물려주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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