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용역업체가 경비노동자를 상대로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가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무법인을 활용한 노조 기획탄압이 비정규직 사업장인 소규모 용역업체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홍익대분회는 23일 오전 서울 신촌 홍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제공신(주)이 자문을 받고 있는 A노무법인과 전 용역업체인 용진실업과 함께 창조컨설팅이 행한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가동했다"며 "원청인 홍대가 용역업체들에 대한 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분회가 이날 공개한 국제공신과 A노무법인이 작성한 문건에는 민주노총 간부 및 조합원 성향·교섭해태 방법·해고대상 조합원 명단이 담겨 있다. 분회 경비노동자들은 지난해 교섭창구 단일화를 빌미로 교섭을 거부하는 용진실업 퇴출투쟁을 벌였다. 홍대는 이달 신규용역업체인 국제공신과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국제공신도 똑같이 교섭을 거부했다. 국제공신이 퇴출된 용진실업의 노조탄압 방식을 인수인계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지부의 설명이다.

문건에 따르면 퇴출된 용진실업은 기업노조인 홍경회노조 설립을 지원했다. 문건에는 "홍경회가 과반수 노조원을 구성하도록 물밑으로 힘을 쓴 게 용진실업 B소장”이라며 “용진실업은 B소장에게 매월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55만원을 지급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홍경회노조는 현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교섭대표노조다. 국제공신은 홍경회노조와 교섭을 하고 있다. 용진실업은 노조탄압과 관련한 모든 내용을 국제공신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공신은 노무법인의 컨설팅을 받아 창구단일화 절차에 따른 교섭회피 방안을 마련하고, 노조 상견례시 구체적인 대응요령이 담긴 문건을 작성했다.

분회가 공개한 문건에는“서경지부와 교섭을 하게 된다면 홍경회노조를 우호적인 성향으로 묶어 둘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며“서경지부로부터 개별교섭에 대한 요구를 받아도 개별교섭에 응할 수 없음을 통보하면 된다”고 명시돼 있다.

분회는 "용진실업·국제공신·A노무법인이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따라 민주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기획탄압을 실제 현장에서 가동했다"며 "홍익대와 고용노동부는 관련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분회 소속 청소·경비노동자들은 이날부터 홍대 사무처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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