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혜정 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서민경제 살리기 차원에서라도 노동현안에 전향적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파괴 긴급대응 비상시국회의' 주최로 8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노동현안 시국대토론회'에서 김성희 고려대 연구교수(경제학)는 이같이 주장했다.

◇"노동정책 변해야 중산층 붕괴 막을 수 있어"=김 교수는 이날 토론문을 통해 "박근혜 당선자가 비정규직·정리해고·최저임금 문제에 대해 전향적 태도를 갖지 않는다면 중산층 붕괴와 양극분해된 사회 비극에 대처하지 못한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답습할 것"이라며 박 당선자에게 노동정책 방향 전환을 주문했다.

대선 이후 노동자들의 잇단 자살의 배경에 대해 김 교수는 "박근혜표 노동· 서민정책에 대한 깊은 불신"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박 당선자의 공약에는 노사관계 정책이 없고, 비정규직 대책도 현행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박 당선자가 대선기간에 제시한 늘지오(일자리 늘리고, 지키고, 질을 올린다) 정책은 실체가 불분명하고 효과도 미지수라고 혹평했다.

권영숙 서울대 사회과학원 선임연구원은 "선별적 복지를 주장하는 박근혜 당선자는 노조를 고립시키고, 노동에 대해 선별적인 통합책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노동에 대한 수혜를 늘리되 민주노조는 고립시키고 탄압하는 양면성을 띨 것이라는 얘기다.

권 선임연구원은 "민주노조가 노동자 대중의 이해조직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노조운동이 무력화되고 해체될 위험이 있다"며 "노동계는 투쟁의 목적을 개별현안에 대한 집중타결에 둘지, 아니면 향후 5년간 박근혜 체제 속에서 투쟁할 진지를 확보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의 진단도 다르지 않았다. 김미정 민주노총 정책기획실장은 "박근혜 당선자의 노동정책기조는 이명박 정권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노사정위원회 논의를 통한 사회적 대타협을 가장해 민주노조 배제 전략을 쓰고, 노동자들의 분노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접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실장은 "비상한 대응이 요구되는 시기인 만큼 인수위 활동시기에 이명박 정권에서 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지는 친재벌·반노동정책에 파열구를 내겠다"고 밝혔다.

양동규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활동하는 1월 중에 불법파견·정리해고·노조파괴 등 3대 현안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할 것"이라며 "총파업을 비롯한 압박과 투쟁을 벌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조법 개정 시급"=긴급 노동현안으로 꼽히는 현대자동차·쌍용자동차·유성기업 문제 해결을 위해 법·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권영국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는 "대다수 투쟁사업장이 직면해 있는 사용자측의 손해배상·가압류 문제를 제재하려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현행 노조법과 법원의 태도는 노조의 교섭요구와 쟁의행위를 불법화하고 있다"며 "그로 인해 민사상 손배·가압류가 쟁의행위와 노조활동에 대한 주요 탄압수단으로 일상화됐다"고 우려했다. 그는 "헌법상 보장된 단체행동권 행사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한 것은 그 자체로 중대한 문제"라며 "쟁의행위가 폭력적인 상황으로 진행되지 않는 한 손해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 방향으로 노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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