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에게 올해는 최악의 한 해였다. 지난해 12월 '대중적 진보정당'을 표방하며 출범한 통합진보당이 부정선거 논란 암초에 걸려 출범 10개월 만인 올해 9월 분당됐다. 이른바 '통합진보당 사태'가 11위에 올랐다.

4·11 총선 전부터 당 내부에서는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 부정투표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선거 직후 부정투표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당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5월2일 '총체적 부실·부정선거'라는 당 진상조사위원회의 발표 이후 당은 당권파와 비당권파로 쪼개졌다. 당권파는 "진상조사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고, 비당권파는 비례대표 총사퇴를 요구했다.

5월12일 중앙위원회에서 "진상조사보고서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일부 당원들에 의해 심상정·조준호·유시민 공동대표가 폭행을 당하는 진보정당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혁신파'로 분류된 강기갑 전 의원이 새 당대표로 선출되면서 수습국면으로 접어드는 듯했던 통합진보당 사태는 의원단총회에서 비례대표 사퇴를 거부한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이 부결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결국 '셀프제명'이란 오명을 남긴 채 통합진보당 의원단은 반으로 갈라졌고, 주요 인사들의 탈당과 노동계의 집단탈당이 이어졌다. 민주노총도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방침을 철회했다. 통합진보당을 탈당한 심상정·노회찬 의원과 조준호·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한 이들은 다시 진보정의당을 만들었다.

12위에 오른 '노동부, 삼성반도체 사업장에서 백혈병 유해인자 벤젠 발생 첫 공식인정'은 반도체 가공라인과 조립라인에서 부산물로 벤젠이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해 준 첫 조사 결과였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그동안 삼성측은 노동자 암 발병과 작업장 환경이 무관하다고 주장해 왔다. 고용노동부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009년부터 3년간 삼성전자 기흥공장·온양공장, 하이닉스 이천공장·청주공장, 페어차일드코리아 등 3개사 9개 조립라인에 대해 정밀 작업환경 평가 연구를 진행했다. 2월6일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벤젠은 웨이퍼 가공라인과 반도체 조립라인 일부 공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 것이 확인됐다. 포름알데히드 역시 부산물로 발생했고, 폐암 유발인자로 알려진 비소는 노출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11월9일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의 하루 총파업은 13위에 올랐다.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벌인 사상 첫 쟁의행위였다. 전국 국공립 초·중·고등학교에서 일하는 15만여명의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은 호봉을 인정받지 못해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공공운수노조 전회련본부·여성노조 등은 올해 3월 연대회의를 구성했다. 이들은 '호봉제 도입·교육감 직접고용' 등을 내걸고 교육청·교육과학기술부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반면에 교육당국은 지금도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정치방침을 두고 벌어진 한국노총의 내분(‘민주통합당 지분 참여’ 한국노총 정치방침과 조직 갈등)은 14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2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과의 정책연대 파기를 선언하고, 같은해 12월 열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야권통합정당으로의 지분참여'를 결정한 게 갈등의 발단이었다. 결국 이용득 위원장이 정치방침에서 파생된 조직분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민주노총 직선제 유예 대의원대회 부실 논란과 임원선거 중단'은 15위였다. 직선제 3년 유예를 결정한 10월30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부정투표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진상조사 결과 부정요소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회의 규정·규약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서 결의사항이 무효화됐다. 이어 12월11일로 예정됐던 임원선거가 중단됐고, 민주노총은 비상대책위원회체제로 전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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