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정부가 사회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공기업 공공성을 확대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공기업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공공성 실현이 한국 정치·경제의 핵심 과제인 만큼 효율성을 위한 민영화 중심의 정책 대신 전략적으로 공공부문을 확대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용구 미래경영개발연구원 원장은 15일 '공공성 강화와 공기업의 역할'을 주제로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공기업의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과 경영시스템의 국가 정책화를 위한 연구'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토론회는 김태환 새누리당 의원(국회 행정안전위원장)과 강창일 민주통합당 의원(국회 지식경제위원회위원장) 등 11명의 여야 의원과 공공노련(공동위원장 김주영·박해철), 공기업정책연대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공공노동자 지속가능한 사회건설 선도해야”


김용구 원장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재구성하기 위해 공공부문에 대한 혁명적인 재탄생을 요구하고 있는 중요한 시점"이라며 "공공부문의 공격적인 확대로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 사회 양극화를 줄이고 청년층에 대한 고용을 촉진해 서민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그는 가장 먼저 해결할 과제로 공공부문 지배구조 개선을 꼽았다. 김 원장은 "현재 구조는 기획재정부 등 공공기관 주무부처가 모든 권한을 독점하고 있어 노동자들에게 복종만 강요하고 있다"며 "시민과 전문가, 노동자 대표가 공공정책을 결정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와 공기업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재벌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경제를 지속가능한 선순환 구조로 바꾸는 데 공기업 노동자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500조원에 육박하는 공기업 부채에 대한 해결방안도 제시됐다. 김 원장은 "부채는 정부의 물가 억제 정책과 정부의 재정사업을 공기업이 대행하면서 발생한 것"이라며 "공공서비스 요금을 정상화하고 정부 재정이 부담해야할 몫을 수행하면서 생긴 공기업 부채는 정부가 부담한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공기업 방만경영·부채 발생에 대한 진단 필요"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부채 발생에 대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역대 정부는 공공부문에 대해 오로지 경쟁과 효율의 잣대로만 평가했다"며 "새로운 공공정책의 패러다임을 실시하기 전에 부채와 방만경영이 발생한 이유부터 냉철하게 평가하고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부문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은 정부를 믿지 못하는 오래된 관행과 연계돼 있다"며 "재정과 조세 형평성 개혁을 함께 진행해 정부와 공공부문을 믿지 못하는 관행을 바꿔 내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97년 외환위기와 IMF 체제를 겪으면서 가속화된 공기업 민영화 작업이 역설적으로 공공성의 중요성을 재발견하게 만들었다”며 “세계적 수준의 공공서비스를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공기업 육성과 경쟁력 확보 차원의 민영화는 함께 조화를 이뤄야 하는 과제”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를 위해 △공공기관 노동자들을 공무원에 준해 정년을 연장하고 △비정규직을 점차적으로 정규직화하며 △공공기관의 자율책임 강화를 위해 공공기관 정책에 노조 등이 참여하는 기틀 마련을 주문했다. 그는 "새누리당 대선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공공 노동자 연대해 잘못된 공공정책 바꿔 내야"

공기업 노조의 활동을 혁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성국 매일노동뉴스 대표는 "그간 공공부문 노조는 하드웨어적인 구조조정 외에 소프트웨어적 관리 변화에는 무기력했다”며 “경영평가와 성과연봉제 도입 등 공기업 내부 또는 공기업 간 경쟁체제 도입에 수세적으로 방어하고 사실상 경쟁을 내면화하면서 노조의 공동대응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특히 “분열과 분할의 시대에 맞서 공공기관 노조부터 공공성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며 “공공성 가치 지킴이로서 국민과 함께하는 공공기관 경영 참여운동을 펼치며 공기업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정식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원장도 연대를 주문했다. 이 원장은 “각개약진하며 학습된 무기력감을 버리고 이제는 산별교섭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국가의 균형발전을 만들어 내는 데 첨병에 서 있다”며 “산별노조 조직과 교섭구조를 확립해 네트워크를 강화할 때 정부 정책을 바꿔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공공성과 효율성 조화 위해 노력”

김철주 기재부 공공정책국장은 "노동계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소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국장은 "공기업을 바라보는 호의적이지 않은 국민들의 시각을 바꾸기 위해 정부와 노동계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공공부문 경영평가와 예산편성지침 개선을 위해 노동계와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해 공기업의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 번에 많은 것을 바꾸기는 어렵다”며 “공공성과 효율성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동계와 소통하고 공공성 확대를 요구하는 시대정신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과)는 “역대 모든 정권은 매번 집권 후 첫 번째 개혁 화두로 공공부문을 꺼내든 만큼 차기 정부도 공기업에 대한 개혁에 나설 것”이라며 “오늘 토론회가 잘못된 공공부문의 정책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부 또한 공기업의 공공성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것을 토론회에서 확인한 만큼 정부와 노동계가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공통분모를 늘려 가는 노력을 해 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토론회에 앞서 강창일 민주통합당 의원은 “국민의 삶이 어려워질수록 공공부문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며 “공기업이 공익을 추구하고 국민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민주통합당이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환 새누리당 의원은 “공기업의 모범적 역할을 확립하고 노사가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새로운 노사관계를 설정해 공공부문의 발전을 함께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주영 공기업정책연대 의장은 "양극화 문제 등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역할로 공공부문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공기업 노조도 조합원의 이익에만 치중하는 활동을 넘어 사회연대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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