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의 운명을 가를 당직선거가 마무리됐다. 쟁점을 두고 격렬한 충돌이 빚어졌던 만큼 열기는 대단했다. 5만8천여명의 당원 중 65.3%인 3만8천여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근소할 것으로 예상됐던 1위와 2위의 격차도 10%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덕분에 당대표로 당선된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에게 더욱 힘이 실렸다. 이번에 당선된 5명의 최고위원 중 혁신비대위 성향의 인사는 2명에 불과하지만 기존 최고위원을 포함하면 과반을 차지한다. 대표와 원내대표를 비롯해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이 가세하기 때문이다.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 처리될 듯=
지난 5월 중앙위원회를 전후로 벌어졌던 당내 논란은 해결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당장 이석기·김재연 의원 징계안이 중앙위 결정대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표와 원내대표가 모두 이를 공언했다. 강기갑 대표는 취임사에서 “진보정치를 지지하는 대중이 변화를 요구한다면 이것을 숙명으로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두 의원의 제명안은 16일 오전 의원단회의에서 다뤄진다. 심상정 원내대표는 이미 처리의사를 분명히 했다. 심 의원은 “선거에 담긴 뜻은 국민에게는 더 겸허해지고, 내부적으로는 혁신의 방향으로 통합하라는 교훈”이라며 “출발을 혁신으로부터 시작하라는 준엄한 명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작업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두 의원 징계안이었다. 강 대표와 심 원내대표가 ‘숙명’, ‘준엄한 명령’과 같은 단어를 사용하며 한목소리를 낸 것은 과감하게 처리하겠다는 다짐으로 들린다.

◇반쪽 정당 논란 여전=그러나 논란이 수그러지지는 않고 있다. 당선된 최고위원들의 견해차도 드러났다. 15일 강기갑 대표 취임식부터 경향은 뚜렷했다. 옛 당권파 인사로 분류되는 이혜선 최고위원은 “지난 두 달 동안 통합진보당은 진실과 동지애, 당 정체성의 문제를 놓고 심각한 고통을 겪었다”며 “통합정신과 동지애를 정착시키고 노동정치의 정체성을 확립함으로써 혼란을 마감하고 하루속히 당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유선희 최고위원은 “당의 단결과 당원들의 마음을 모아내기 위해 당내 제소와 제명사태는 막아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당원들은 정말 통합진보당이 노동자·서민을 위한 정당이 되기 위해 보다 화합하고 단결하고 통합하기를 바랐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옛 당권파 의원들은 취임식에 무더기로 불참했다. 제명 징계를 앞두고 있는 이석기·김재연 의원뿐만 아니라 오병윤 의원과 김선동 의원이 취임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정희 전 공동대표 역시 4명의 전직 공동대표 가운데 유일하게 불참했다.

◇야권연대 복원, 진보대통합 재시동=야권연대의 복원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국민을 보고 국민의 마음을 얻는 통합진보당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용진 대변인은 “강기갑 신임 당대표가 국민의 눈높이에 부응하는 정치를 보여 주시리라 기대한다”며 “강기갑호가 자기쇄신의 항구를 출항해 민심의 바다 위에서 야권연대의 돛을 달고 정권교체라는 국민선단에 하루빨리 합류하기를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강 대표가 애초 주창했던 진보대통합 재추진은 물론 대권후보 선출도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 대표는 “9월까지 대선후보 선출절차를 완료할 것”이라며 “강력한 진보정당의 복원을 통해 우리가 꿈꾸던 세상을 향한 우리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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