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산업노조
조합원

안녕하세요. 허영인 회장님.

저는 SPC그룹 계열사인 충청북도 음성에 위치한 BR Korea(배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 공장에서 일하는 생산직 노동자입니다. BR Korea의 정규직이고 싶지만 사무직이 아닌 생산직 노동자라는 이유로 하청업체(서희산업) 직원인 것이 제 마음을 답답하게 합니다. 그래서 회장님께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서희산업의 생산직 노동자들은 93년 배스킨라빈스 음성공장이 설립된 이래 지금까지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만든다는 큰 자부심으로 온갖 궂은일과 휴일근무·무리한 연장근무· 철야근무까지 몸을 아끼지 않고 일해 왔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서희산업의 생산직 노동자들도 원래 BR Korea의 정규직이었습니다. 지난 2001년 BR Korea에서 "직원이 늘어나면 대기업 대열에 오르게 되고 세금도 많아진다"며 현장에서 일하는 생산직 노동자만으로 하도급회사(현 서희산업)를 만들었습니다. 93년 BR Korea 정규직으로 입사했던 생산직 노동자들은 그 길이 회사를 위하는 길이라는 순수한 마음 그리고 일부 협박에 의해 모두 하청직원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 당시 BR Korea에서는 회사 이름만 바뀌는 것일 뿐 모든 면에서 BR Korea의 정규직 직원이었을 때와 동일하게 대우해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하청 노동자로 내몰리면서 우리들은 BR Korea 정규직과의 임금·상여·수당·복지 등 모든 면에서 차별을 받았습니다. BR Korea의 신입사원 임금이 서희산업 노동자의 15년차 노동자의 기본급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적잖게 놀랐습니다. 더 이상 하청 노동자로 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이 회사에서의 미래가 막막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어떻게 보면 회사가 성장하면 할수록 우리 노동자들은 차별 속에 한낱 기계처럼 또는 소모품처럼 취급당한 것은 아닐까 하는 씁쓸한 생각도 듭니다.

허영인 회장님. 그래도 서희산업 노동자들은 회사의 발전이 곧 우리의 자부심이며, 최고의 배스킨라빈스를 만들기 위해 일해 왔습니다. 기업이 성장한 만큼 노동자들의 삶의 질도 향상될 것이라 믿으며 최선을 다했습니다. 우리들은 회사를 믿었고, BR Korea 경영진들을 믿었고, 오직 최고의 제품만을 만들며 기업의 올바른 경영을 기대하며 참고 또 참았습니다.

하지만 부당한 대우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올해 4월 노조가 BR Korea 경영진과 임금·단체교섭을 진행했습니다. 그때 BR Korea의 김경중 부사장이 직접 음성공장을 방문해 "하청 생산직 노동자들을 BR Korea로의 정규직으로 전환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까지 했습니다. 그때 서희산업 노동자들은 가족의 행복과 미래를 환하게 밝혀 줄 수 있을 거란 기대에 서로를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5년 후에 사회적 분위기가 성숙하면 재논의하자"는 말로 BR Korea는 합의서 이행을 거부했습니다. 우리 노동자들은 더 이상의 차별과 억압만을 받을 수는 없다고 판단해 고민 끝에 파업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습니다.

허영인 회장님.

우리가 원하는 것은 부와 명성이 아닙니다. 회사의 주인이라는 책임의식과 열정을 갖고 각자의 역할을 다하기를 원할 뿐입니다. 노동자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아야 할 권리는 있지 않을까요. BR Korea가 합의서에 서명했던 그대로 이행한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대한민국 최고의 명품 아이스크림인 배스킨라빈스를 만들기 위해 땀 흘려 일할 것입니다.

왜 우리는 생산직 노동자라는 이유로, BR Korea의 정규직 직원이 아니라 하청업체 노동자라는 꼬리표와 차별만이 있어야 하는 것일까요. 노동자들도 미래와 꿈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 주십시오.

허영인 회장님.

우리들의 목소리를 들어 주십시오.

노동자도 사람처럼,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꼭 만들어 주십시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