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민영화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국토해양부는 국민의 반대여론에도 KTX 민영화 추진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6월에 19대 국회가 개원하면 KTX 민영화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KTX를 민영화하면 코레일의 방만경영과 철도부채가 해소되고 질 높은 서비스가 실현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철도 민영화가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 안전사고와 요금인상에 몸살을 앓거나, 재국유화를 시도하고 있는 나라들이 적지 않다. 그나마 일본이 국철을 민영화하면서 부채 기업을 흑자기업으로 전환해 이례적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도 일본의 철도 민영화를 성공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박흥수 철도노조 정책팀장과 함께 일본 도쿄와 오사카를 찾아 민영화의 이면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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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오사카/ 김은성 기자, 박흥수 철도노조 정책팀장

통역=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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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25일 아침. 후지사키씨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딸을 기다렸다. 그녀는 딸과 함께 작은 인쇄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딸인 나카무라씨는 끝내 인쇄소에 오지 않았다.

나카무라씨는 이날 JR후쿠치야마선 열차 첫 번째 칸에 올라 출근길에 나섰다. 열차는 580여명의 출근·통학 승객으로 만원 상태였다. 9시20분께 열차가 효고현 아마가사키시를 지날 무렵 열차 7량 중 4량이 탈선해 선로변의 아파트 1층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107명이 숨지고 600여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나카무라씨도 그 자리에서 숨졌다. 1962년 도쿄 시내 미카와시마 사고로 160명이 사망한 이래 43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철도참사였다.

후지사키씨는 사고가 난 지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고에 대한 두려움으로 열차 첫 칸을 타지 못한다. 그는 “세월이 지날수록 사고 당시가 점점 더 생생하게 기억나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나카무라가 지금도 꿈에 나타나 ‘왜 자기가 죽어야 했는지’를 묻다가 사라진다”며 눈물을 훔쳤다. 그녀는 사망자 유족들과 ‘4·25네트워크’라는 시민단체를 만들었다. 딸을 대신해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연신 흐느끼며 말을 이어 가던 후지사키씨는 사고원인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눈물을 멈추고 또박또박 힘주어 말했다.

“철도 민영화 때문입니다. 과도한 철도 경쟁체제가 내 딸을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붉은 깃발로는 열차를 멈출 수 없다”

사고의 표면적인 원인은 기관사의 과속에 따른 탈선이었다. 당시 열차를 몰았던 기관사는 23세로 운전경력이 11개월에 불과한 초보운전사였다. 게다가 그는 평소에 잦은 오버런(역의 승강장 정차위치를 지나치는 것)을 했고, 정시운행을 지키지 못해 회사측으로부터 여러 번 질책을 받았다.

국철이 민영화된 후 JR서일본 철도는 지역의 사철과 경쟁을 벌이면서 기관사들에게 "정시운행을 지키라"는 지침을 내렸다. 겉으로는 승객을 위한 서비스 강화 방침을 내걸었지만, 내부적으로는 승객을 유치하기 위한 경영방침이었다. 당시 사측은 열차의 도착·발착 시간을 15초로 정해 이를 초과할 경우 1초 단위로 보고하도록 했다. 또 지체가 발생할 경우 이를 만회하기 위한 ‘회복운전’을 강요했다. 이를 어긴 기관사는 일근교육을 받는다. 한국의 삼청교육대와 유사한 교육인데, 인권유린으로 사회적 논란을 빚기도 했다. JR서일본 노동조합에 따르면 당시 JR서일본 철도에서 일근교육을 받은 기관사 20여명이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열차는 전 정차역에서 정차위치를 8미터 지나 멈췄다. 이어 정차위치를 바로잡기 위해 후진을 했다가 다시 출발했다. 직전역을 예정시간보다 1분30초 늦게 출발한 것이다. 이에 기관사는 지연된 시간을 회복하기 위해 속도를 올렸고, 그것이 결국 참사를 불렀다.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사측의 경영방침도 문제였다. 제한속도를 초과하면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걸리는 장치가 설치돼 있었지만 구형이어서 작동하지 않았다. 열차가 더 빠른 속도를 내게 하기 위해 제한속도를 잘못 설정한 구간도 다수 확인됐다. 사측이 수익을 위해 안전에 대한 관리·감독을 도외시한 것이다. 후쿠치야마선 참사는 일본 철도 민영화의 폐해를 상징하는 사례로 자주 회자된다. 전 세계적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현실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사측은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았고, 끝내 사건이 종결됐다. JR서일본 노동조합은 현재 사측을 상대로 안전성 확보를 위해 소송을 벌이고 있다. 예컨대 선로보수를 할 때 3인1조로 작업을 한다. 두 사람은 보수를 하고 한 사람은 붉은 깃발을 흔들며 열차가 오는 것을 막는다. 그런데 열차가 적기를 못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노조는 지난달 사측에 열차를 정지시키는 안전장비 설치를 요구했다. 사측은 거부했다.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노조는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른바 '적기 소송'이다.

야스다 JR서일본노동조합 서기장은 “이번 적기 소송에서 알 수 있듯이 안전을 바라보는 사측의 태도는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며 “후쿠치야마선 참사는 서일본철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보다 수익을 중시하는 민영철도 JR그룹 전체의 기업체질이 바뀌지 않는 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우려했다.

일본 철도 민영화의 ‘민낯’

일본은 지난 87년 4월 국철의 고질적인 재정적자와 부채 해결을 위해 민영화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전국 단일조직이었던 국철(JNR)이 7개 회사(JR)로 분할됐다.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동일본(東日本)·서일본(西日本)·동해(東海)·홋카이도(北海道)·시코쿠(四國)· 큐슈(九州) 등 6개 여객철도회사로 쪼개고, 화물철도회사를 별도로 만들었다. 각 회사는 출범 당시 전 주식을 정부가 보유하는 특수회사로 출발했지만 JR동일본·JR서일본·JR동해의 경우 2002년 정부 소유주식이 상장되면서 완전 민영화됐다. JR홋카이도·JR시코쿠·JR큐슈는 현재까지도 정부가 주식을 100% 보유하고 있다. 섬지역 3사가 완전 민영화되지는 않았지만 나머지 3사의 흑자 전환은 유례 없는 성공 사례로 소개돼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흑자를 내는 3사는 신칸센(고속철도)과 대도시 통근 수송의 수익을 자사가 보유하는 지방노선을 유지하는 데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그런데 이 같은 성공사례의 이면에는 일본 정부의 다양한 지원이 한몫했다. 87년 당시 37조1천억엔에 달하던 국철 부채 중 일본 정부가 만든 국철청산사업단이 25조5천엔을 떠안았다. 나머지 11조6천억엔은 3개사(동일본·서일본·동해)가 나눠 부담했다. 사업단은 불필요한 토지를 매각했다. 대신 철도수요가 적어 철도수송사업만으로 흑자를 실현하기 어려운 3개 회사(홋카이도·시코쿠·큐슈)에는 ‘경영안정기금’을 지원했다.

국가가 보조한 '주인 없는' 민영화

앞서 일본은 80년대 초부터 국철이 보유하던 다수의 지역적자선을 폐지해 교차보조 노선을 없앴다. 지역의 요청으로 남은 노선은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이 인수해 제3섹터라는 이름으로 경영을 이어 갔다. 국철 시절에 여러 번 요금을 인상한 만큼 흑자 3사는 굳이 요금을 올려 시민들의 반발을 살 이유가 없었다. 일본 철도는 민영화를 통해 경영 효율화를 달성한 것이 아니다. 시스템을 최대한 효율화시켜 민영화를 달성했다.

JR 소속 회사들은 요금인상을 하지 않는 대신 운영비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에 나섰다. 민영화 당시 국철의 고용인원은 27만7천여명이었다. JR은 정원을 20만명으로 책정했다. 국철노동자 7만7천여명이 구조조정돼 철도를 떠났다. 이 중 희망퇴직 등 정부의 제안을 끝까지 거부한 1천47명의 국철노동자들은 해고됐다.

이는 노동조건 악화로 이어졌다. 90년 운전관계노동실태조사단에서 JR서일본철도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민영화 이후 기관사의 승무시간은 평균 1.3배, 승무거리는 1.7배 증가했다. 사측은 휴일 등 근무시간 외에도 세일즈와 봉사활동을 강요했고, 이를 거부하면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 야스다 JR서일본노동조합 서기장은 “경영 효율화라는 명목 아래 직원들을 회사에 복종시키기 위해 임금성과주의를 도입하고, 노조 가입을 이유로 수당을 깎는 등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이 심했다"며 "후쿠치야마선 참사 이후 인원을 늘려 노동강도는 완화됐지만 노동자를 강압적으로 대하는 태도는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국철을 민영화한 지 25년이나 지났음에도 공적 보조를 계속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JR시코쿠와 홋카이도에 대해 별도의 지원대책을 만들어 기금을 보조할 예정이다. 코바야시 국토교통성 철도사업과 JR담당 실장은 "시코쿠와 홋카이도는 인구감소 등으로 경영의 구조적 조건이 나아지기 힘든 상황"이라며 "두 지역을 위해 별도의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적자를 보는 섬 3사 지역의 철도경영을 어떻게 자율화시킬 것인지가 현재 최대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만성부채·정부 보조는 현재진행형

일본 정부가 민영화를 추진한 가장 큰 이유였던 부채 문제도 해결이 요원하다. 국철청산사업단이 민영화 당시 떠안은 25조5천엔의 부채는 98년이 되자 28조엔으로 늘었다. 토지와 주식 등의 매각이 순조롭게 추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이를 일반회계로 돌려 담배세 등을 통해 철도부채를 부담했다.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부채는 19조엔으로 줄었다. 하지만 일본 국민들은 오는 2058년까지 철도부채를 계속 갚아야 한다.

25년 전 국철을 민영화한 일본 정부는 2012년 현재까지도 철도산업의 수익구조를 크게 개선하거나, 국가재정 운영의 합리화라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보조금은 계속 지원되고 있고, 국민들은 철도부채를 갚아 나가고 있다. 일본의 사례는 KTX를 민영화하면 코레일의 방만경영과 만성부채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한국 정부의 진단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보여 준다.

일본의 철도 민영화는 네트워크산업이라는 철도산업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진행됐다. 일본 철도는 시설과 운영이 일치하는 상하통합형이다. 상하통합의 경우 이해조정 노력으로 안전성을 높이는 등 네트워크산업을 최적화하는 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시스템은 일본 철도의 안전성과 기술력을 높이는 배경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철도 민영화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인 영국과 같이 시설과 운영을 분리하는 상하분리를 추진하고 있다. 게다가 안전과 직결되는 ‘관제권’마저 제3의 기관에게 넘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시이 JR동일본회사노조(JR동노조) 중앙집행부위원장은 "상하분리 시스템은 기술 시스템상 안전을 보장하지 못해 철도산업을 발전시키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제권 분리에 대해 “관제권은 철도회사의 운영자율권을 의미하는 것으로 안전을 중시해야 하는 철도인으로서 이를 분리하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전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네트워크산업 특성 반영한 일본 철도

한국 정부는 일본 사례를 예로 들며 "간선에도 경쟁체제 도입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일본 철도는 '지역독점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독점적인 철도산업의 특징을 감안한 것이다. 우츠보 국토교통성 철도산업국제과 전문관은 "일본 열차는 기본적으로 지역독점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며 "간선 내 몇몇 구간 지역의 접경지역에서 열차 노선이 겹치는 곳이 있지만 서로 알아서 잘 조절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민영화 이후 JR사 사장을 철도회사 출신으로 뽑는 등 국철이 축적한 노하우를 민영화된 기업에 전수하도록 했다. JR동일본 철도는 역대 사장이 모두 국철 출신이다. 철도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경찰청장 출신인 허준영씨를 코레일 사장으로 임명했던 한국과 대비된다. 대중교통비를 보조해 주는 일본 사회의 문화도 철도산업 발전에 역할을 했다. 일본에서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편의점의 파트타임 노동자까지 고용주가 직원들에게 철도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통근비 대부분을 지원한다. 국토교통성 등 관공서 단지에는 개인 자가용을 주차할 주차장조차 없다.

철도산업 방치한 한국 정부

철도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일본 정부와 달리 한국 정부는 사실상 철도산업을 방치해 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은 지난 73년 태백선을 완공한 뒤 2004년(KTX 개통)까지 지하철이 아닌 간선 여객철도망을 건설하지 않았다. 반면 60년 2만7천169킬로미터였던 도로망은 2008년 기준으로 10만4천236킬로미터로 280%가 늘어났다. 도로 위주의 정책을 펼친 것이다.

코레일은 매년 수천억원대의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 적자를 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반드시 필요한 노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희 고려대 연구교수가 2008년 코레일의 영업실적을 분석한 결과 적자노선 운영에 따른 손실로 1천900억원, 원가에 못 미치는 낮은 운임으로 6천200억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코레일은 영업이익의 31%를 선로 사용료로 내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공공비용을 시장가치로 환산하고, 선로 사용료를 국제 평균으로 줄이면 코레일의 영업이익은 1조2천100억원으로 늘어난다. 노동생산성도 높다. 국제철도연맹에 따르면 한국 철도의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2위에 올랐다. 일본 철도 노동생산성(7위)의 66% 수준이다. 유럽의 선진 철도를 대표하는 프랑스(19위)나 독일(20위)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사고철이라는 오명에 가려져 있지만 정시운행률도 99.8%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민간기업과 같은 조건으로 경쟁한다면 코레일이 철도를 운영하는 것이 훨씬 더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무리한 민영화보다는 코레일이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타게이 JR총련(철도연맹) 위원장은 "한국과 일본의 상황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철도는 사회와 함께 유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앞으로 철도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그에 부합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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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인터뷰 1-후쿠치야마선 참사 유족]

"철도 민영화는 안전과 공존할 수 없다"
 

김은성 기자

니시오 히로미(54 오른쪽)씨는 7년 전 후쿠치야마선 사고로 다리가 불편해진 아들 카즈오키(25)를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카즈오키씨는 사고 후 얻은 장애로 인해 장시간 걷거나 서 있지를 못한다. 남은 평생을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후지사키 미쯔꼬(72 왼쪽)씨는 지금도 딸 나카무라씨의 환청이 들린다. 후지사키씨는 "정부·JR서일본철도회사와 싸우다 지쳐 투쟁을 그만두고 싶을 때면 나카무라가 어김없이 나타나 '억울한 죽음을 막아 달라'고 당부한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오전 일본 오사카 JR서일본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니시오씨와 후지사키씨는 아직도 사고 당시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

후쿠치야마선 참사가 남긴 상처는 그만큼 깊었다. 생존자와 유족들은 사고 후 충격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를 앓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절망감에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지난 2007년 최종보고서를 통해 △과도한 수익 위주의 기업 체질 △노동자 인권을 침해하는 일근교육 등을 사고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결론은 “기관사 개인의 운전 부주의”로 매듭지었다. 올해 1월 법원도 후쿠치야마선 사고로 업무상 과실치사 협의로 기소된 야마자키 마사오 전 JR서일본 사장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유족들의 상처가 아물지 않는 이유다. 니시오씨는 "일본 사회와 회사, 정부 모두가 사고에 대해 제대로 반성하지 않고 사고의 책임을 기관사 개인에게 떠넘기며 회피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후쿠치야마선 참사는 회사의 무리한 수익추구로 기관사의 인권과 노동권이 지켜지지 못할 때 고객의 안전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며 “고객을 위해서라도 회사의 경영을 감시하고 노동권을 지키기 위한 건강한 노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효고현 아마가사키시 참사 현장에는 사고를 기리는 분향소가 설치돼 있다. 그런데 하얀 천으로 덮여져 있다. 사측이 "운전을 하는 열차 기관사가 사고현장을 지나다 분향소를 보면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분향소를 가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철로변의 상흔을 지우기 위해 콘크리트로 덮으려다 이를 뒤늦게 알아챈 유족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유족은 참사 현장에 기념비 건립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후지사키씨는 참사 현장을 둘러보며 “사측이 겉으로만 사과를 했을 뿐 아직도 사고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철도 민영화 정책은 안전과 공존할 수 없다”며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한국 정부는 후쿠치야마선 참사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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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인터뷰 2-우츠보 쇼타 국토교통성 철도산업국제과 전문관]

“이동원활법 만들어 국민의 발 확장 하겠다”

김은성 기자
우츠보 쇼타<사진> 국토교통성 철도산업국제과 전문관은 지난 15일 오후 일본 도쿄 교통성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현재 교통약자들의 이동을 보장하는 이동원활법을 준비하고 있다"며 "철도 민영화는 민간의 힘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어떻게 활용할지는 각 나라의 상황에 맞게 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 일본은 철도선진국이다. 이를 가능하게 만든 철도산업 정책의 기본 방침은 무엇인가.

"철도산업의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원칙은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어 공공복지의 일환으로 국민의 발을 확장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원칙으로 모든 정책이 만들어진다."

- 한국 정부는 새로 만들어지는 고속철도선을 분리해 민영화를 추진하려 한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신칸센과 재래선을 혼합해 분리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민영화는 민간의 힘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각 나라의 상황에 맞게 정하면 된다. 당시 일본은 신칸센이 3개 있었는데 이미 흑자를 내고 있었다. 반면 재래선과 화물선에서는 흑자가 나오지 않았다. 신칸센만 분할해 민영화를 하면 항상 흑자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지역의 발을 확보하는 사회적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다. 그래서 세트로 묶어 민영화를 하면 서로 보조할 수 있어 정부지원 없이도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국철을 개혁할 때 원칙 중 하나가 지역의 상황에 맞게 적절히 분할하자는 것이었다.”

- 민간이 철도를 운영하면 수익만 추구할 우려가 있다. 이를 규제하는 장치가 있나.

“일단 민간이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맞다. 국가의 역할은 가이드라인을 정해 주고 그 안에서 민간이 자율경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가가 안전기준을 정하면, 그에 따라 민간이 안전하게 운행하도록 관리·감독하고 기준을 준수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철도의 경우 민간이 운영한다고 해도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만드는 국가의 역할이 필요하다. 철도는 국가가 육성해야 할 산업으로 모든 권한을 만간에 다 넘겨서는 안 된다.”

- 섬 3사는 여전이 정부가 100%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해결 계획을 말할 수 없다. 그나마 긍정적인 건 1년 전 큐슈에 신칸센이 생겨 수입이 늘고 있다. 물론 적자 3사는 여전히 경영기반이 약하다. 경영안정기금을 통해 어떻게 지원할지 논의 중에 있다.”

- 마지막으로 지속가능한 철도 발전을 위해 추진하는 정책이 있다면.

“철도는 도시를 효율적이고 균형 있게 발전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 노인이나 장애인 등 누구라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쾌적한 철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통약자들의 이동을 보장하는 이동원활법을 준비하고 있다. 지방의 경우 사정이 어려워 공공교통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지만, 이를 지켜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자체가 공공교통을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할지 스스로 결정하고, 정부는 그 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사철이 많아 철도 회사마다 패스가 호환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호환되는 패스를 만드는 등 이용자 편익을 위한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을 개선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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